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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여행기

가야 여행기 3

열린마당  해새 해새님의 글모음 쪽지 2016-08-13 23:45 3,690
지난 주에 고향 김해를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목적지가 김해 외곽지역에 있는 공단이었던 터라 렌트카를 이용해야겠더군요. 게다가 제가 워낙 국도로 다니길 좋아하는데 영호남간 국도는 특히 좋아하는 코스거든요. 재작년에 본부에서 배추농사 지을 때도 대구를 여러 번 다녀왔었는데 도중에 들르곤 했던 육십령 정상 휴게소의 수제 돈까스는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네요.

이번 길에서는 진주, 함안 등을 거치게 되었고 함안은 제 본관이기도 한 터라 이전부터 풍경을 더 유심히 보면서 지나치곤 했는데 그날 따라 차를 세우고 밥이라도 먹고 가야겠다 싶더군요(이게 또 국도여행의 묘미). 마침 오후 1시 좀 지날 무렵이기도 했고요. 시가지를 둘러보다가 눈길을 끄는 국수전문점이 하나 있길래 들어갔습니다.

원래 하려고 한 얘기는 이게 아닌데 자꾸 서설이 길어지는...-_-; 그래도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것만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밥집을 찾으려고 시가지를 돌다가 횡단보도를 앞에 두고 이면도로로 우회전해서 들어가게 된 적이 있습니다. 왼쪽 차선에 SUV가 한대 정차해있었고 저는 이면도로로 천천히 우회전해서 들어가는 중이었는데 그때 SUV에 가려져서 안 보이던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나더군요. 알고보니 보행자용 파란불이 들어와 있던 상태였고 맞은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오던 할머니 한분과 손주들로 보이는 아이들 둘이었지요.

당시 제가 길가에 있는 밥집을 찾느라고 전방주시를 소홀히 해서 보행자 신호를 못 본 점도 있고 SUV가 시야를 가렸기도 하고 등등 해서 뒤늦게 알아채긴 했지만 서행을 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위급한 상황은 아니었거든요. 당연히 그들을 보자마자 차를 세웠고요. 그런데 할머니가 깜짝 놀라 아이들을 챙기시면서 저를 매우 엄한 눈길로 쳐다보시는데 순간 짜증이 나는 겁니다. -_-; 그래서 죄송하다는 표현도 없이 그냥 무시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할머니는 그게 더 화가 나셨는지 계속 저를 노려보며 지나가셨고요.

각설하고 제 딴엔 할머니의 지나친 과민반응에 순간 짜증이 나서 그렇게 행동을 했던 건데 할머니 입장에선 손주들을 데리고 가던 중이었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던 거죠. 식사를 하면서 내내 그 상황이 마음에 걸리더군요. 그래서 나중에 이 일정에 대해 글을 쓰면 꼭 이 얘기도 해서 뒤늦게 온라인상으로나마 할머니께 사죄를 드리자 마음먹었지요. 해서..

할머니, 그날의 제 불찰과 무례를 사죄드립니다. (_ _)

그럼 본론으로.

먼저 함안 인증샷입니다.

함안버스터미널. 이 사진 이전에 몇장 더 찍긴 했는데 함안이란 지명이 들어있지 않아서 생략.

함안을 나와서 목적지로 가는 길에 있던 이정표. 오른쪽 창원쪽이 제가 가는 방향.

가다가 보니 함안 특산물인 수박을 홍보하는 입간판을 보았는데 브랜드명이 '아라리 수박'이더군요. 홍보문구 중에 '아라리의 본고장 함안'이라던가.. 아무튼 그런 문구를 보았습니다. 원래 함안 일대는 고대 6가야 시절에 가야연맹체 중에 한 곳인 아라가야의 땅이었거든요. 아라가야는 아라국(阿羅國), 안라국(安羅國)이라고도 불렸는데 아마 안라국(安羅國)이 오늘날 지명인 함안(咸安)의 어원이 아니었겠나 싶네요. 참고로 수박농사는 특성상 일조량이 풍부한 곳에서 잘 된다고 하며 함안 역시 국내에서 가장 일조량이 많은 곳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금관가야 - 경상남도 김해시
대가야 - 경상북도 고령군
아라가야 - 경상남도 함안군
소가야 - 경상남도 고성군
성산가야 - 경상북도 성주군
고령가야 - 경상남도 창녕군
함안이 아라가야의 본거지인 것은 학교 다닐 때 배워서 알긴 했지만 그때만 해도 금관가야(김해)외에는 거의 들러리쯤으로 여겼던 터라 별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제가 살던 곳이 김해이기도 하고) 이참에 가야에 대해서 조금 사료를 찾아보니까 아라가야가 의외로 매우 비중있는 역사적 의미를 지녔더군요. 물론 가야사 전체가 그 실체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아래 동영상은 YTN에서 만든 가야사 특집다큐멘터리인데 아라가야에 대해서는 36분부터 나옵니다.


 


인상적인 것은 국내 최초로 말에 입히는 갑옷이 함안 가야읍의 말이산 고분에서 출토가 되었다는 내용이네요. 개인적 생각인데 함안 말이산과 전북 진안 마이산이 왠지 연관이 있을 듯도 싶고 말이산 고분은 우리나라 고분 중에 최대급이라고 하니 다음에 꼭 한번 들러보고 싶더군요. 아라리 수박맛도 보고 싶고요. ^^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정에 맞추어 이동하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문득 익숙한 풍경이 보이는데 알고보니까 수년 전에 제가 모종의 해외사업을 진행했던 곳이네요.

사진 왼쪽의 다리를 기점으로 오른쪽으로 하천을 따라 쭉~ 한때 전세계물량의 1/3을 생산하던 노키아 생산단지입니다. 2006년부터 노키아가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옮기기 전까지 20여년간 막대한 호황을 누리던 지역이었지요. 지금은 노키아마저 제국의 위용을 완전히 잃은 상태.

노키아 철수 후 거의 폐업 상태였던 공단 전체를 제가 몸담았던 회사의 기술력과 시장전망으로 다시 살릴 수 있다는 장미빛 희망 속에 지자체와 공단의 전격적인 지원(금전적 지원만 빼고)을 등에 업고 맨주먹으로 좌충우돌하면서 끝내 모종의 전기를 만들어내고 인서울해서 마산-서울을 당일왕복하기도 하면서 역마기운을 유감없이 충족하였던 제 인생 최고의 짧은 황금기를 보냈던 곳입니다.

결국 회사는 문을 닫고 프로젝트는 중단되었지만 그 일을 하면서 보고 듣고 겪었던 경험들은 지금의 제게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4월경부터 그때의 인연이 불현듯 다시 이어져 진행중인 일도 있고요. 네...

아무튼 함안과 마산(지금은 진해와 함께 창원에 통합되어 창원시 마산구)이 지척이었다는 걸 이번에야 알았네요. 적잖이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재작년 대구를 오갈 때도 네비게이션 지시대로만 가다가 김천을 경유했던 적이 있는데 김천이 전북과 인접해 있던 걸 처음 알고는 비슷한 느낌을 가진 적이 있었네요. 참고로 김천은 제 외갓집.

드디어 금관가야의 수도 김해에 도착했습니다. 

구지봉 설화에서 따온 거북을 모티브로 한 김해의 마스코트.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 안 내놓으면 구워 먹으리"

김해시 내동.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는 중인데 이리로 들어가면 제가 김해를 마지막으로 떠날 때 살던 동네입니다.

이것으로 아라가야, 금관가야 등을 다녀온 허접한 여행기를 맺겠습니다.
화송 쪽지 2016-08-15 22:15
자 잘못을 떠나 할머님께 사과 한거는 정말 잘 하셨네..ㅎㅎ
마음으로나마 늦은 사과지만...
좋은 여행 부럽네요.
해새 쪽지 2016-08-16 00:25
화송 앞으론 운전대를 잡으면 마음을 더 내려놓아야겠습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평생 돌아다녀도 남을 거라는 걸 새삼 깨달은 일정이었습니다. ^^;
화송 쪽지 2016-08-16 00:30
해새 ㅋㅋ 나도 공감하네 아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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