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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딱지 4

열린마당  솔방울 솔방울님의 글모음 쪽지 2015-07-22 22:58 4,849
하루는 땔깜 하러온 아주머니가 꼬마를 데리고 왔는데 아들이라고 한다.
 
처음엔 따로따로 놀고 있었는데 녀석이 패(딱지)치기 하자고 해서 집에 있는 종이를 모두 수거하여 패를 접어 시작했는데, 한 동안 잃었다가 땃다가 하였다.
 
그러다가 어느새 달랑 한 장만 남게 되었는데, 이 마지막 한 장이 녀석의 패에 힘없이 개구리 뒤집어듯 홀라당 엎어져 버린다.
 
어?
 
엄청 흥분하여 여기저기 종이를 찾았다.
(이 때는 종이도 귀하여 신문지로 화장실을 다니면 고급스런 때였다)
 
달력이 눈에 띠었다.
이 달력은 하루에 한 장씩 뜯어내는 매끌매끌 하고 창호지처럼 훤히 비취는 얇은 종이의 달력이다.
 
8월이 아닌 12월 부분을 뜯어서 패를 접어 다시 싸움을 시작되었다.
그런데 한참 후에 또 모두 잃었다.
 
어? 이 시끼가... 딱지보스네? 
극도로 약이 올랐다.
 
아야~그만 할란다~
   
뭐시여? 내 것 다 핱으고선 그만할라구?
이시~ ... 쫌만 기다리랑게
 
집안 여기저기를 막 뒤졌다.
그러자 나무로 된 사각상자에 낡은 책하고 잡동사니가 보였다.
 
야! 


 


아따! 존네~    
두껍고 딱지 접기에 그만인 B4 크기의 종이들을 발견했다.
 
"키키"
 
이 정도면 한 방(올인)에 끝낼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난 즉시 딱지를 접었다.
 
딱지가 듬직하니 믿음직스럽다.
살며시 녀석 몰래 남방스타일의 아래쪽 단추 2개를 풀었다.

딱지를 내리칠 때 옷 바람이 일어서 녀석의 딱지에 영향을 주기 위함이다.
온갖 힘을 다하여 묵직한 패(딱지)를 위에서 아래로 힘껏 내리쳤다.
 
펑~!!!

엉?
 
녀석의 패는 땅바닥에 박쥐처럼 딱 달라붙어서 꼼짝도 않는다.
이제는 녀석 차례다.
 
가슴이 콩콩 뛰면서 호흡이 답답해진다.

에샤~    
녀석이 드디어 내 패를 향하여 아래로 내리쳤다.

퍽~!
 
내 패(딱지)가 힘없이 홀라당 뒤집어져 버렸다.  
녀석이 힐끗 보더니 "히히" 거리면서 내가 먹었지? 그런다.
 
아니 저렇게 얇은 패가 어케 두꺼운 내 패를 뒤집을 수 있지?
두꺼운 패가 좋은 줄 알았다.

패가 두꺼우면 퉁~퉁 튀어서 잘 쳐지지도 않고 얇은 패가 두꺼운 패 밑으로 쉽게 파고 들어가 엎어치기 하기 쉽다는 것도 어린나이에 이해할리가 없었다.
 
두꺼울수록 중심이 약해 잘 뒤집어 진다는 것을...   
멍청히 서서 녀석을 보면서 아까워하고 있는데 큰형이 왔다.


 

 
어? 이게 뭐야! 내 거잖아??? 이리 줘 임마~
먼 소리당가 내꺼여!
 
뭐야? 야~ 임마 이건 딱지치는 것 아니여...이리 줘!
내가 뭣땜에 준당가? 이거 내가 패쳐서 땅건디?
 
이 시키가. 야 임마 이건 패치는 거 아녀! 빨랑주랑게!
뭔소리여. 내가 땃당게
 
이건 패치는 것 아니당게 그러네.
왜 그려! 내 건디
 
녀석은 결사코 제 것이라 우긴다.
 
그러자 형이 뺏으려고 녀석을 목을 움켜쥐는데 녀석이 땅 바닥에 휙 눕더니 양팔과 양발을 하늘로 한채 마구 흔들며 악을 빽빽 쓰며 흙마당을 이리 저리 마구 뒹굴면서 울어재낀다.
 
엉엉엉, 내껀디 나뿐시캬 엉엉엉   
너무 악착같이 발악(헐리우드 액션)하니까 형이 포기한 듯 우는 녀석을 물끄러미 쳐다만 볼 수밖에 없다.
 
그 순간 갑자기 녀석이 벌떡 일어나더니 흘려진 패(딱지)를 주어 잽싸게 튀어버린다.
 
그 녀석이 튀고 나서 알았다.
잃어버린 패가 큰 형의 중학교 졸업장과 졸업단체사진으로 접어진 패였음... 
 
...
 
큰형의 중학교 졸업장과 졸업사진을 내가 두꺼운 종이로만 알고 딱지로 접어 놀다가 그 놈에게 뺏긴 것이다.
바로가기 쪽지 2015-07-23 08:54
박카스 박스도 좋았는데요~~^^
솔방울 쪽지 2015-07-23 13:38
바로가기 박카스 박스 굿~~~ㅋ
화송 쪽지 2015-07-24 00:33
패치기 실감나네요 ㅋㅋㅋㅋ
솔방울 쪽지 2015-07-24 12:04
화송 큰형 막 졸업해서 집에 가져온 졸업장과 졸업사진을 열기가 식기도 전에 잃어버려서 큰형 추억을 없애 버렸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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