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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 아니라 개혁이 필요하다

혁명이 아니라 개혁이 필요하다

열린마당  해새 해새님의 글모음 쪽지 2015-10-28 01:43 4,014
언젠가는 쓰고 싶은 글이었는데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거의 그대로 피력한 글이 있었네요. 글쓴이 공병호 박사는 저명한 자기계발연구가로 현재 공병호경영연구소를 운영 중입니다. 홈페이지를 가보니 독실한 기독교인이고 그 특유의 위화감도 없지 않지만 이 글의 논지만큼은 매우 공감되는 바가 큽니다.

다음에 길게 논하겠지만 미리 말하자면 도판의 혁명에 대한 고질적 환상을 깨주는 일침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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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 아니라 개혁이 필요하다 (1/5) - 공병호

부자의 생각 : 사회는 서서히 스스로 진화한다
빈자의 생각 : 사회는 혁명을 통해 바꿀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이 속한 사회가 지금 보다 나아지기를 바란다. (중략) 사람들이 모여 만든 조직이라면 그것이 기업이든, 지방자치단체든 혹은 국가든 모두 '위대함'을 지향해야 한다. 바로 그곳에 사람들의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가들은 사람들의 이 같은 욕구를 이용해 권력을 쥐는 데 성공하기도 한다. 때로는 사회를 단기간에 고치는, 혁명이라는 이름의 처방전을 갖고 있다고 선전하기도 한다. 용감하게도 이 같은 비전을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기도 한다.

20세기는 혁명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득세하던 시절이었다. 중국의 마오쩌둥 주석이 주도한 대약진운동이나 문화대혁명은 이런 혁명의 대표 격이었다. 스스로 유토피아 건설이 가능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마오쩌둥은 위대한 중국 건설을 위해 집단주의 열정에 불을 지피고 이것을 철두철미하게 이용하는 데 성공한다.

1966년에 시작된 문화대혁명은 1976년까지 무려 10년 동안 그에 의해 주도된 극좌 사회주의운동이다. 만민의 평등과 봉건조직의 타파를 외친 문화대혁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회적 실험으로까지 칭송받았지만 결국 참담하게 끝나고 말았다. 리저허우와 류짜이푸가 함께 쓴 『고별혁명』에서 류짜이푸는 문화대혁명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오쩌둥은 자신의 유토피아 가설이 인류사회 전체가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했고, 자신이 정말로 20세기 구원의 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아주 고집스럽게 유토피아식의 '전략'을 추진했고 결국에는 극단으로 치달았지요. 그리고 일단 극단으로 치닫기 시작하면서 반이성, 반인성, 반천성의 경향을 띠게 됐습니다. 문화대혁명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우리는 모두 이 혁명을 매우 시적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젊은 세대의 집체주의 열정을 일으킬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실제로 일어난 것은 뜻밖에도 역사상 전례가 없는 대규모 광란의 발작이었고 사악한 인성의 표출이었습니다. 이 시기 동안 중국 전역이 늑대 천지였다고 할 수 있지요. 바진(巴金)은 자신의 산문에서 문화대혁명이 우리 모두를 소 우리로 몰아넣어 점차 소나 말로 변화시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쓴 적이 있습니다.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한 가지 의문은 어떻게 우리 주변에 갑자기 그렇게 많은 늑대와 호랑이가 나타날 수 있었느냐 하는 점입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사실 악한 인성이 극단으로 발전하게 되면 늑대나 호랑이로 변해 짐승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만요.」

문화대혁명은 인간의 야수성과 공격성이 얼마나 사회를 손상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였다. 하지만 그것의 출발은 위대한 사회를 만들려는 선한 의지였다. 마오쩌둥과 문화대혁명을 주도했던 인물들, 그리고 홍위병을 비롯한 당시의 대중들이 공유한 것은 다름 아닌 사회를 짧은 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결국 국가와 같은 거대한 사회를 이상적인 상태로 변화시키는 방법에 대한 그른 관점이 문화대혁명 같은 역사의 잘못을 낳게 된 것이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우리는 사회가 바람직한 상태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가를 결정하게 된다. 사회를 급속히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혁명을 원할 것이다. 반면 아무리 이상과 목표가 원대하더라도 급속한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개량이나 개선 혹은 개혁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사회란 가정이나 기업 혹은 공공단체 같은 조직과는 다르다. 조직의 구성원들은 서로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전달자(Herald)의 외침이 도달할 수 있는 범위를 조직으로 이해했다. 이를테면 10만 명을 넘어서는 사회라면 이미 조직과는 다른 원리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수십만, 수백만, 수천만으로 이루어진 사회는 본질적으로 조직과는 다르며, 이를 두고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는 '확장된 질서(Extended Order)'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사회라는 확장된 질서 속에서 구성원들은 더 이상 연대감과 이타주의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는 "확장된 질서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를 이웃으로 취급하지 않음으로써, 즉 서로의 관계에서 연대감과 이타주의의 질서 대신 개인의 소유와 계약의 질서 같은 확장된 질서의 규칙을 적용함으로써 이익을 얻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가정이나 조직뿐 아니라 익명의 다수로 구성된 사회에도 속해 있다. 두 가지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구성원들을 움직이는 원리는 전자에서는 연대감과 이타주의라 할 수 있고 후자에서는 소유와 계약과 관련된 다양한 규칙들이다.

문제는 사람들은 이 두 가지를 혼동할 때가 많다는 점이다. 그 혼동이 단지 개인적인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집단적으로 일어나게 되면 결국 문화대혁명과 같은 거대한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는 『치명적 자만』에서 인간이 조직과 확장된 질서를 명확히 구분하고 그에 맞는 선택을 하지 못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경고한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서로 다른 규칙에 따라 서로 다른 종류의 질서 안에서 함께 살기 위해, 우리의 삶과 생각과 감정을 끊임없이 조정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만일 우리가 적절하게 조정되지 않고, 제어되지 않는 소우주(예를 들면, 소규모의 무리와 집단, 혹은 우리의 가족)의 규칙들을 우리의 본능과 정서적 갈망이 원하는 대로 대우주(넓은 문명)에 적용하였다면, 우리는 대우주를 파괴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확장된 질서를 친밀한 집단에 적용하였다면, 그 집단을 파괴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두 종류의 세계에서 동시에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회'라는 이름을 둘 모두에, 혹은 둘 가운데 하나에 적용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으며, 가장 잘못된 길로 접어드는 것이 될 것이다.」

조직은 지시와 통제를 필요로 하며, 지시와 통제를 통해서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조직에는 혁명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뛰어난 사장이 등장해 짧은 시간에 혁신을 이루어내는 기업 사례는 현실세계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본능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연대감과 이타주의는 조직의 범위를 넘어서서 사회에까지 적용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강한 힘을 갖고 이상사회에 대한 야심을 가진 정치인일수록, 조직과 사회에 대한 혼동으로 알게 모르게 사회에 혁명을 일으키게 된다.

사회가 이성의 창조물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친 문화적 진화에 의한 것이라는 견해는 지식인에 의해서도 거부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는 "지성의 사닥다리를 타고 높이 올라가면 갈수록 더 사회주의자의 신념을 만나기 쉽다"고 일찍부터 피력한 바 있다.

사회를 합리적인 이성에 바탕을 두고 쉽게 재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자의 반 타의 반 혁명적인 조치에 손을 들어줄 수 있다. 그러나 사회란 오랜 기간에 걸쳐서 스스로 변화해 간다는 견해에 동의한다면 결코 혁명을 선동하는 무리에 의해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 것이다. (p.243)

http://www.gong.co.kr/book.asp?GB=NEWBOOK&bookmenu=3100&mode=view&UID=67&page=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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