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망덕은 일분명이 있어서 세상이 모두 알게 하고,
성의웅약은 일분명이 없으니 하늘이 숨겨 두어
때가 오면 천하가 알게 하노라.
- 천지개벽경 무신편 20장 -
저 말씀을 내 나름대로 해석하자면 이러하다.
배은망덕은 난법난도를 의미하고 성의웅약은 진법 혹은 진인을 의미한다. 도생들이 늘 진인, 진법을 찾아 헤매는데 헛된 수고이다. 그러나 난법난도에 대해서는 익히 알 수 있는 방편을 배려해 두었는 바, 도생들은 마땅히 이에 대한 분별력에 힘써야 할 것이다.
진인, 진법을 찾아 헤매는 마음 밑자리에는 반드시 욕심이 서려있고 도수종속신앙, 교주종속신앙의 덫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할 뿐이다. 난법난도에 대한 분별력 또한 이를 토대로 얻을 수 있다. 담배를 피지 않으면 비로소 담배냄새에 민감해지듯이 진인, 진법을 집착하는 욕심에서 벗어나야 난법난도를 판별하는 눈이 떠진다.
무신년 겨울에 대흥리에 계시며 양지로 책을 만드시니, 종이 숫자가 모두 설흔 장이더라.
앞의 열다섯 장은 한 장 두 쪽에 가로로 배은망덕만사신(背恩忘德万死身)이라 쓰시고, 가운데에 세로로 일분명일양시생(一分明一陽始生)이라 쓰셨으며, 뒤의 열다섯 장에는 한 장 두 쪽에다 가로로 작지부지성의웅약(作之不止聖醫雄藥)이라 쓰시고, 가운데에 세로로 일음시생(一陰始生)이라고 내려 쓰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이는 살고 죽는 두 길이니, 어찌하여야 살며 어찌하면 죽겠느냐? 잘 생각하여 말하라.
광찬이 대답하여 말씀드리기를, 선영에 소홀하고 선영을 박대하면, 이런 사람은 복을 누릴 수 없겠나이다.
말을 들으시고 한참 동안 말씀이 없으시다가 말씀하시기를, 그럴 듯 하노라.
종이로 사기그릇을 둘러싸시더니 경명주사를 바르사 각 장의 두 쪽에다가 찍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이것이 마패(馬牌)가 되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대도 아래에 앞으로 배은망덕(背恩忘德) 하는 사람과 성의웅약(聖醫雄藥) 하는 사람이 있게 되오리까?
말씀하시기를, 나를 등지는 사람[背我者]은 망하고, 나를 스승으로 따르는 사람[師我者]은 창성하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에 제자가 대답하거늘 한동안 잠자코 계시다가 말씀하시기를, 그럴 듯 하다고 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만성(萬姓)의 선영(先靈)이 나의 공사를 받들어 덕을 쌓아서 자손을 위한 계책을 세우나니, 나를 등져서 망하는 사람은 선령을 소홀히 하고 박대함이 되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배은망덕만사신 아래에는 일분명(一分明)이 있고, 작지부지성의웅약 아래에는 일분명이 없으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배은망덕은 일분명이 있어서 세상이 모두 알게 하고, 성의웅약은 일분명이 없으니 하늘이 숨겨 두어 때가 오면 천하가 알게 하노라.
- 천지개벽경 권지팔(券之八) 무신편(戊申篇) 2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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