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섹시하다-(음식백과에서 퍼온 글)
'섹시(sexy)하다'는 말이 최고의 찬사로 통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들은 멋진 옷차림, 잘 나온 헤어스타일, 매끈한 매너에 섹시하다는 말로 칭찬을 퍼붓고, 어느 누구도 그 칭찬의 속내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저 '나도 닮고 싶을 만큼 멋지다'라는 다른 표현이 된 요즘이다. 그런데 음식이 섹시하다는 말은 어떠한가? 맛있어 보이는 음식 앞에서 '섹시한데!'라고 찬사를 던진다면 아마도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감히 "음식은 섹시하다, 아니 음식은 사람을 섹시하게 만든다!"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먹는다'는 행위와 '사랑한다'는 행위는 전혀 관련의 여지가 없는 듯한 단어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는 두 단어의 야릇한 연관성에 귀가 솔깃해지고 말았다. 그것은 현재 식품업계에서 가장 전략적으로 내세우는 마케팅법이기도 하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마케팅에 성공한 코카콜라의 유리병이 여인의 바디라인을 따라 디자인되었다는 것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착 달라붙는 '손맛'은 여인의 허리를 감싸쥔 듯한 야릇한 느낌을 주었고, 콜라의 맛 역시 이러한 발상과 더불어 왠지 섹시한 느낌을 주었다는 것을 부정하지 못하리라. 이 콜라병은 1915년 이후 지금까지 코카콜라의 상징이 되고 있는데, 원래는 미국의 한 가난한 농촌총각이 자신의 여자친구의 몸매에 착안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음식이 가진 관능의 코드를 가장 인상적으로 활용했던 영화가 있다. 애드리안 나인 감독의 「나인 하프 위크」에서의 그 기막힌 장면들. 체온에 의해 녹아 물방울이 똑똑 흐르는 얼음으로 연인의 육체를 자극하거나, 눈을 가린 채 연인이 떠먹여주는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입으로 받아먹는 모습. 달콤하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갈구하는 연인의 모습은 화수분처럼 끝없이 솟아오르는 욕망을 반영한다. 그리고 송곳같이 차디차던 얼음은 어느새 뜨거운 체온을 흡수해 육체를 향해 한 방울씩 유혹을 던진다…….
사실 콜라, 얼음, 아이스크림이 물리화학적인 힘으로 인간의 성적 욕망을 자극하는 음식은 아니다. 이미지와 결합하여 엄청난 성적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실제로 '먹는다'는 행위를 통해 우리의 리비도를 자극하는 음식이 있다. 목적의식적으로 섭취함으로써 타고난 성적 에너지를 풍부하게 하는 음식. 그래서 음식이란 어쩌면 가장 솔직담백하게 인간의 성적 욕망을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음식은 섹시하고 엉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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