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종도들과 더불어 원평(院坪)에다 미리 준비시켜둔 개고기와 술을 잡수시고 가라사대 "너희들은 바로 구미산(龜尾山)에 오르라. " 명(命)하신 후 상제께서는 유문(柳門)거리를 돌아서 구미산에 오르시더니, 물으시기를 "지금 어느 때나 되었느뇨." 하시거늘 어느 종도가 여쭈어 가로대 "정오시(正午時)쯤 되었을듯 하옵나이다." 하고 아뢰는데, 이 때 문득 김자현(金自賢)이 원평을 내려다보더니 놀래며 말하기를 "원평장(院坪場)에서 장꾼(場軍)들이 서로 대가리 다툼을 하나이다." 하고 고하거늘 모든 종도들이 장터를 내려다보니, 이 때 오고가는 장꾼들이 서로 머리를 부딪히고 다니며, 앉아서 전을 보는 사람은 기둥이나 옆에 있는 벽에라도 자기머리를 부딪히며 비비대더라. 종도들이 놀래어 물어가로대 "어찌하여 장꾼들이 저러하나이까." 물으니 대답하여 가라사대 "내가 한 날 한 시에 천하사람들을 저와 같이 싸움을 붙일 수 있노라. 너희들은 부디 조심할지니, 나의 도수는 밖으로부터 안으로 우겨드는 도수니라. 천하대세를 잘 살피도록 하고 오늘의 이 일을 잘 명심하도록 하라." 하시더라. (정영규의 천지개벽경 pp115-116, 2장29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