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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옷을 벗어준 남자 군인

한겨울 옷을 벗어준 남자 군인 4

열린마당  호롱불 호롱불님의 글모음 쪽지 2015-06-25 19:41 4,994
사람이 체하면 마땅한 의료혜택을 못받던 시대에 유명한 체를 내리는 사람들이 계셨습니다. 그런집의 대문에는 큰 글씨로 [체내림]이라고 써놓기도 했습니다. (아마 요즘도 있는가 봅니다)   
 
체를 내린다 하여 소문난 할머니에게 찾아가면 냉수에 손가락을 담궜다가 입을 벌리면 목젖을 “콕” 누릅니다. 그럼 총알 같은 뭐가 밖으로 휙! 튀어나오는 느낌이 옵니다. 미처 소화되지 않은 뭐가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이야 손가락을 딴다거나 목젖을 눌러 체를 내리는 방법이 비위생적이고 못마땅할 수는 있겠으나 그 분들이 당시 시대에 맞는 의원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사람 살리는 것이 의원이지 별거 있습니까? 
 

 


작년 군포시 산본 사는 이ㅇ식이란 사람이 체해서 하루 종일 밥 굶고 약 먹고 시달리다가 다음 날 우연히 저보고 손가락을 따달래서 따주었더니 대부분 맑은 피가 나거나 약간 거무틱틱한 피가 나는 법인데 이 사람 피는 어혈이 굳은 것처럼 피고름이 걸쭉하게 나와서 주위사람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 친구가 트름을 몇 번하더니 이제 살겠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보지 않으신 분은 짜낸 피가 여름날 더위에 쵸코렛이 녹은 것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더군요. 아마 사진 찍은 것을 보관한 것 같은데 찾아보면 어디 있을 것입니다.
...
 
제가 아기 때 체해서 비몽사몽 갈피를 못 잡고 까무라쳤을 때 어머니께서 급한 마음에 저를 업고 체를 내리는 할머니를 찾아 나섰습니다. 한겨울 어두운 저녁무렵이기도 하고 바람이 불면서  눈이 너무 많이 쏟아져서 앞이 잘 보이질 않았습니다.   
 
어머니와 등에 업혀 신음하던 저는 폭설에 온몸이 하얗게 덮였습니다. 어머니는 평소 아는 길이었지만 눈이 덮여서 길인지 도랑인지 구분이 안 가는지라 논두렁에서 넘어지고 엎어지고 미끄러지고 반복하며 걷는 중인데 저 멀리서 어떤 젊은 남자가 다가와 마주쳤습니다. 

그리고는 이 남자는 저희 모자(母子)를 바라보며 마음이 아팠던지 즉석에서 입던 옷을 홀라당 벗어서 아기인 저를 덮어주고 가버렸습니다.   


 


어머니도 당시 경황이 없던 터라 누군지 미처 알아보지도 못하시고 다만 휴가 나오는 길에 만난 군인이었다는 것만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살아계실 때 이따금 말씀하신 것이 떠올라 글을 썼습니다.

"그 군인 아저씨 참 고마우신 분이었는데.. 누군지 모르겠고... 정말 고맙고 정말 미안한데.." 
그 분도 엄청 추워서 고생 많이 했을 것입니다. 많이 늦었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진실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군인 아저씨!!” 누군지는 모르지만 부디 상제님의 복록과 수명을 얻는 인연이 되시어 후천 5만년 복록을 누리옵소서. 두 손 모아 간절히 빌고 빕니다. 감사합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화송 쪽지 2015-06-26 00:00
참 따뜻한 사람이네요.
참 사람.
호롱불 쪽지 2015-06-26 00:09
화송 제가 혹시 잘 되서 나중에 도통이라도 한다면 찾아 뵐려구요~ㅠ
화송 쪽지 2015-06-26 00:34
호롱불 그때는 그 분도 이미 도통해 계실겁니다. ㅋㅋ
반갑게 만나세요.
호롱불 쪽지 2015-06-26 02:15
화송 ㅋㅋㅎㅎ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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