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천사의 성도(成道)와 기행이적(奇行異蹟)
2-1 천사 여러 해 동안 각지(各地)에 유력(遊歷)하사 많은 경험을 얻으시고 신축(辛丑)에 이르러 비로소 모든 일을 자유자재(自由自在)로 할 권능(權能)을 얻지 않고는 뜻을 이루지 못할 줄을 깨달으시고 드디어 전주 모악산(母嶽山) 대원사(大願寺)에 들어가 도(道)를 닦으사 칠월 오일 대우(大雨) 오룡허풍(五龍噓風)에 천지대도(天地大道)를 깨달으시고 탐음진치(貪淫瞋癡) 사종마(四種魔)를 극복(克服)하시니 이때 그 절 주지(住持) 박금곡(朴錦谷)이 수종(隨從)들었더라.
2-2 이해 겨울에 본댁(本宅)에서 비로소 천지공사(天地公事)를 행(行)하실 새 창문에 종이를 붙이지 아니하시고 부엌에 불을 때지 아니하시며 홑옷을 입으시고 식음(食飮)을 전폐(全廢)하사 아흐레 동안을 지내시니 새가 벼 말리는 뜰에 내리지 않고 이웃사람은 공포증(恐怖症)이 들어 문 앞으로 지나기를 어려워하더라.
2-3 임인(壬寅) 사월(四月)에 천사 금구군(金溝郡) 수류면(水流面)(지금 김제군(金堤郡) 금산면(金山面)) 원평(院坪)장에 지나시다가 전주군 우림면(雨林面) 하운동(夏雲洞) 김형렬을 만나시니 대저 형렬은 이왕부터 천사와 지면(知面)이 있었는데 천사께서 성도(成道)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뵈옵기를 원하던 차이므로 크게 기뻐하여 자기 집에 오시기를 간청하였더니 이달 열 사흗날 형렬의 집에 이르 사 곧 형렬에게 일러 가라사대 그대의 집에 삼신(三神)이 들어가니 산기(産氣)가 있을지라 빨리 안방에 들어가 보라 하시거늘 형렬이 안방에 들어가니 과연 그 아내가 셋째 아들을 낳더라.
2-4 형렬의 아내가 자래(自來)로 산후에는 반드시 복통이 나서 여러 날 동안 앓는 예증(例症)이 있어서 또 복발(復發)하므로 형렬이 크게 근심하거늘 천사 위로하여 가라사대 이 뒤로는 모든 일에 나를 믿고 근심을 놓으라 형렬이 명하신 대로 다만 천사만 믿고 근심을 놓았더니 과연 아내의 복통이 곧 그치고 그밖에 천촉(喘促)과 해소같은 별증(別症)도 다 나으니라.
2-5 천사 형렬에게 일러가라사대 이제 말세를 당하여 앞으로 무극대운(無極大運)이 열리나니 모든 일에 조심하여 남에게 척을 짓지 말고 죄를 멀리하여 순결한 마음으로 천지공정(天地公庭)에 참여하라 나는 삼계대권(三界大權)을 주재(主宰)하여 조화(造化)로써 천지를 개벽(開闢)하고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선경(仙境)을 열어 고해(苦海)에 빠진 중생(衆生)을 건지려 하노라 하시고 이로부터 형렬의 집에 머무르사 천지공사(天地公事)를 행하실 때 형렬에게 신안(神眼)을 열어주어 신명(神明)의 회산(會散)과 청령(聽令)을 참관(參觀)케 하시니라.
2-6 여름을 지나실 때 형렬의 집이 가난하여 공궤(供饋)가 조략(粗略)하고 또 남새밭이 메말라서 채소(菜蔬)가 잘 자라나지 아니하므로 형렬이 근심하거늘 천사 일러 가라사대 산중(山中)에는 별미(別味)가 없나니 채소나 잘되게 하여주리라 하시더니 이로부터 약간 심어두었던 악마 된 채소가 잘 걸우어 가꾸지 아니하여도 저절로 자라나서 반찬거리가 넉넉하게 되니라.
2-7 유월 어느 날 형렬에게 예수교서(耶蘇敎書) 한 권을 구하여 오라 하시거늘 형렬이 이웃마을 오동정(梧桐亭) 김경안(金京安)에게서 예수교서를 빌려다 올리니 천사 받아서 불사르시니라 그 뒤에 형렬이 천사를 모시고 오동정 차윤필(車允必)의 집에 가니 경안이 와서 빌어간 책을 돌려 주기를 청함에 형렬이 대답치 못하거늘 천사 가름하여 대답 하시대 곧 돌려 주리라 하시더니 마침 한 붓 장사가 지나거늘 천사 불러들이사 술을 먹이신 뒤에 그 붓 상자를 열어 보이기를 청하신대 붓 장사가 열어보이니 예수교서 한 권이 있는지라 천사 가라사대 그대는 반드시 예수를 믿지 아니하니 이 책이 쓸데 없을지라 나에게 전함이 어떠하뇨 붓 장사가 허락하거늘 천사 그 책을 받아서 경안에게 주시니라.
2-8 그 뒤에 불가서 천수경(天手經)과 한자옥편(漢子玉篇)과 사요(史要)와 해동명신록(海東名臣錄)과 강절관매법(康節觀梅法)과 대학(大學)과 형렬의 채권부(債權簿)를 불사르시니라.
2-9 구월에 농가에서 보리갈이로 분주(奔走)하거늘 천사 한숨 지며 가라사대 이렇게 신고(辛苦)하여도 수확(收穫)을 얻지 못하리니 어찌 가석(可惜)치 아니하리요 하시거늘 형렬이 이 말씀을 듣고 드디어 보리농사를 폐(廢)하였더니 계묘년 봄에 이르러 천후(天候)가 순조(順調)하여 보리가 크게 풍등(?登)할 징조가 있는지라 김보경(金甫京) 등 모든 종도(從徒)와 이웃 사람들이 모두 형렬을 조소(嘲笑)하거늘 천사 가라사대 이 일은 신명공사에서 결정된 것이니 아직 결실기에 이르지 못하야 어찌 풍작이라고 단언하리요 하시더니 과연 오월 오일 큰 비로 인하여 보리 이삭이 다 말라서 수확이 아주 없게 되고 쌀값이 올라서 한 말에 일곱냥(일원사십전)이 되니 이로부터 모든 사람이 천사께 신복(信服)하니라.
2-10 겨울에 형렬이 천사를 모시더니 마침 큰 눈이 오거늘 형렬이 여쭈어 가로대 전설(傳說)에 송우암(宋尤庵)이 거처(居處)하는 지붕에는 눈이 쌓이지 못하고 녹는다하니 진실로 천지지령지기(天地至靈之氣)를 타고난 사람인가 하나이다 천사 가라사대 진실로 그러하랴 이제 나 있는 곳을 살펴보라 형렬이 밖에 나가보니 날이 차고 눈이 많이 내려 쌓이되 오직 그 지붕에는 눈 한점도 없고 맑은 기운이 하늘에 뻗쳐 구름이 가리지 못하고 푸른 공중이 통하여 보이더라 이로부터 형렬이 항상 유의하여 살피니 언제든지 천사께서 머무시는 곳에는 반드시 맑은 기운이 푸른 하늘을 통하여 구름이 가리지 못하며 비록 큰비가 오는 때에도 그러하더라.
2-11 매양 출타(出他)하실 때에는 신명에게 치도령(治道令)을 써서 불사르사 여름이면 바람을 불려 길에 이슬을 떨어뜨리고 겨울이면 진 길을 얼어붙게 하신 뒤에 마른 신발로 다니시니라.
2-12 하운동(夏雲洞)은 산중(山中)으로 길이 심히 좁고 나무숲들이 길에 우거져 얽혀서 이슬이 많을 뿐 아니라 장마가 질 때에는 길에 물이 흘러 시내를 이루되 천사의 신발은 항상 깨끗하므로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이상히 여기니라.
2-13 또 출타하실 때에는 반드시 동구(洞口) 양편(兩便)에 구름기둥이 높이서서 팔자형(八字形)을 이루므로 종도들이 그 이유를 물은 대 천사 가라사대 이는 장문(將門)이니라.
2-14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제갈량(諸葛亮)이 제단(祭壇)에서 칠일(七日)칠야(七夜)동안 공(功)을 들여 동남풍(東南風)을 불렸다는 것이 우스운 일이라 공들이는 동안에 일이 그릇되어 버리면 어찌 하리요 하시고 즉시에 동남풍을 불려 보이시니라.
2-15 부평(富坪) 이선경(李仙境)의 장모(丈母)가 하운동에 살 때에 천사 그 집에서 공사를 행하실 새 그 집 주인에게 일러 가라사대 네 아내가 사십구일동안 정성(精誠)을 드릴 수 있는가 잘 상의하여 보라 주인이 아내에게 상의하니 그 아내는 진작부터 천사의 신성하시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으므로 굳게 결심하고 허락하거늘 천사 다시 다짐을 받게 하신 뒤에 공사를 행하실 때 날마다 머리 빗고 목욕한 후에 떡 한 시루씩 찌게 하시니라 여러 날을 지남에 그 아내가 심히 괴로워하여 불평(不平)을 품었더니 이날 떡은 한 짐 나무를 때어도 익지 아니하거늘 크게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더니 천사 주인에게 일러 가라사대 그대 아내의 성심(誠心)이 풀려서 떡이 익지 아니하여 걱정하는 듯하니 내 앞에 나와서 사과하게 하라 나는 비록 용서하고자 하나 신명들이 듣지 아니하느니라 주인이 아내에게 이 말씀을 고하니 아내가 깜짝 놀래어 사랑에 나와서 천사께 사과한 후에 부엌에 들어가서 시루를 열어보니 떡이 잘 익었더라 이로부터 한결같이 정성을 들여 사십구일을 마치니 천사 친히 부엌에 들어가 그 정성을 치하(致賀)하시니 그 아내가 정성을 한결같이 드리지 못하였음을 미안해하거늘 천사 위로하여 가라사대 그대의 성심이 신명에게 사무쳤나니 믿지 않거든 저 증거를 보라 하시며 하늘에 오색(五色) 채운(彩雲)이 달을 끼고 있는 것을 가리켜 보이니라.
2-16 계묘(癸卯) 칠월에 쌀값이 오르고 농작물에 충재(蟲災)가 성(盛)하여 인심이 불안하거늘 천사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신축년 이후로는 연사(年事)를 내가 맡았으니 금년 농사를 잘 되게하여 민록(民祿)을 넉넉케 하리라 하시고 크게 우뢰와 번개를 이르키시니 이로부터 충재가 그치고 농사가 크게 풍등하니라.
2-17 가을에 구릿골 김성천(金成天)의 남새밭에 뜨물과 석음이 일어 채소가 전멸케 되었거늘 천사 보시고 가라사대 죽을 사람에게 기운을 붙여 회생케 함이 이 채로를 소생케 함과 같으니라 하시고 곧 비를 내리시더니 그 뒤에 출타하셨다가 돌아오사 김자현(金自賢)에게 물어 가라사대 전일에 뜨물과 석음으로 전멸케 되었던 김성천의 남새밭이 어떠하게 되었느냐 자현이 대하여 가로대 거번(去番) 비 뒤로 다시 소생하여 이 부근에 으뜸이 되었나이다 가라사대 사람의 일도 이와같이 병든 자와 죽는 자에게 기운만 붙이면 일어나느니라.
2-18 하루는 원평서 술을 잡수시고 여러 사람들을 향하여 외쳐 가라사대 이제 우박이 올 터이니 장독 덮개를 새끼로 잘 얽어 놓으라 그렇지 아니하면 편편파쇄(片片破碎)하리라 하시니 여러 사람은 무심히 듣고 오직 최명옥(崔明玉)이 말씀대로 행하였더니 과연 두어시간 후에 큰 우박이 와서 여러 집 장독이 모두 깨어지니라.
2-19 천사의 아우 영학(永學)이 항상 도술(道術) 통(通)하기를 천사께 발원하더니 하루는 천사 부채에 학(鶴)을 그려서 영학에게 주며 가라사대 집에 돌아가서 이 부채를 부치면서 칠성경(七星經)을 무곡(武曲) 파군(破軍)까지 읽고 이어서 대학(大學)을 읽으라 그러면 도술을 통하리라 영학이 부채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정남기(鄭南基)(천사의 처남)의 집에 들리니 남기의 아들이 그 부채의 아름다움을 탐내어 빼앗고 주지 아니하거늘 영학이 부득이하여 그 사유를 말하고 돌려주기를 간청하니 남기의 아들은 더욱 탐내어 주지 아니하므로 할 일 없이 빼앗기고 돌아가니라.
2-20 그 뒤에 남기의 아들이 그 부채를 부치면서 대학을 읽으매 문득 신력(神力)이 통하여 능히 신명을 부리고 물을 뿌려 비를 오게하는지라 남기가 기뻐하여 아들을 교사(敎唆)하여 천사의 도력(道力)을 빼앗으라 하고 아들로 더불어 하운동에 이르니 천사 그 일을 알으시고 남기의 무의(無義)함을 꾸짖고 그 아들의 신력을 다 거두신 뒤에 돌려 보내시니라.
2-21 갑진(甲辰) 정월에 백남신이 관액(官厄)에 걸려서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여 거처(居處)를 감추고 김병욱(金秉旭)을 통하여 천사께 풀어주시기를 간청하거늘 천사 가라사대 부자는 돈을 써야하나니 돈 십 만냥의 증서를 가져오라 남신이 곧 십 만냥의 증서를 올렸더니 그 뒤로 남신의 관액이 곧 풀리는지라 천사 증서를 불사르시니라.
2-22 갑진 정월 십오일에 천사 술을 마시고 혼몽(昏夢)히 주무실 때 장흥해(張興海)의 유아(幼兒)가 급병(急病)이 발(發)하여 죽게 되므로 흥해의 부(父) 효순(孝淳)이 급히 와서 시료(施療)를 청하거늘 천사 누워 일어나지 아니하시고 혼몽중에 냉수나 먹이라고 말씀하셨더니 효순이 병아(病兒)에게 냉수를 먹임에 곧 죽는지라 효순은 본래 성질이 사나워서 부중(府中) 사람들이 천동(天動)이라고 부르는 터인데 병아의 죽음을 보고 크게 노하여 천사를 원망하여 가로대 이는 고의(故意)로 약(藥)을 그릇 일러주어 죽임이라 손으로 만져서 죽은 사람을 일으키며 말 한마디로 위태한 병을 고침은 내가 직접 본 바이니 만일 고의가 아니면 물은 고사하고 흙을 먹였을지라도 그 신이(神異)한 도술로 능히 낫게 하였을 것이라 하고 드디어 곤봉(棍棒)을 가지고 와서 천사를 난타(亂打)하여 유혈(流血)이 낭자(狼藉)케 한지라 천사께서 비로소 잠을 깨어 일어나시니 효순이 결박(結縛)하여 장방청(長房廳)으로 갔다가 문득 뉘우친 듯이 끄르며 가로대 이것이 다 나의 잘못이라 유아가 급증으로 죽었거늘 어찌 선생을 원망하리요 하고 전교(前交)를 회복하기를 청하며 자기 집으로 동행하기를 구하거늘 천사 듣지 아니하시고 서원규(徐元圭)의 집으로 가서 유(留)하시고 다음날 이직부의 집으로 가시니라 대개 효순이 천사를 용서하여 장방청으로부터 돌아가시게 한 것은 백남신에게 받은 돈 이십만냥의 증서가 있음을 알고 돈을 요구하려 함이러라.
2-23 다음날에 효순이 원규의 집에 가서 천사의 아니 계심을 보고 대노하여 살인범으로 도피하였다 하고 사방으로 수색하더라 그때에 천사의 성솔(省率)은 전주군 우전면(雨田面) 화정리(花亭里) 이경오의 집 협실에 이거(移居)하였는데 효순의 가족이 화정리에 와서 행패(行悖)하니라 김형렬은 효순의 일을 알지 못하고 천사의 소식을 들으려고 화정리에 오니 효순의 집 사람들이 형렬을 결박하여 원규의 집으로 가서 천사의 행방(行方)을 묻되 가르키지 아니하므로 그들은 더욱 분노하여 형렬과 원규를 무수히 구타하니라 이로 인하여 천사의 성솔은 태인 굴치로 피화(避禍)하고 형렬은 원규의 집에서 밤중에 도피하고 원규는 그들의 연일 행패에 견디지 못하여 약국을 폐쇄하고 가권(家眷)을 거느리고 익산으로 피화하니라.
2-24 하루는 종도들이 여쭈어 가로대 선생의 권능으로 어찌 장효순의 난을 당하였나이까 천사 가라사대 교중(敎中)에나 가중(家中)에 분쟁이 일어나면 신정(神政)이 문란(紊亂)하여 지나니 그대로 두면 세상에 큰 재앙이 이르게 되므로 내가 자신으로 그 기운을 받아서 해소함이로다 하시니라. (장효순난 직전에 고부 가정에 분란이 있었음)
2-25 하루는 이직부의 집에 머무르시더니 직부의 부친 치안이 그 해 신수(身數)를 묻거늘 천사 백지 한 장에 글을 써서 불사르시고 다시 글을 써서 밀봉하여 주시며 가라사대 급한 일이 있거든 떼어보라 하신지라 치안이 깊이 갈머 두었더니 그 뒤에 그 며느리가 난산으로 위경에 이르렀음을 듣고 그 일을 가르치심인가 하여 봉서를 가지고 간즉 이미 순산하였거늘 다시 갈머 두었더니 세말에 치안이 병들어서 위독한지라 직부가 봉서를 떼어보니 소시호탕(小柴胡湯) 두 첩이라 썼거늘 그 약을 써서 곧 나으니라.
2-26 이월에 밤재에 계실 때 영학에게 대학을 읽으라 하였더니 영학이 듣지아니하고 술서(術書)에 착미(錯味)하거늘 천사 탄식하여 가라사대 멀지아니하여 영학을 못 보게 되리라 하시고 이도삼을 보내사 '骨暴沙場纏有草(골폭사장전유초) 魂返故國弔無親(혼반고국조무친)'이란 글 한 귀를 전하여 영학으로 하여금 살펴 깨닫게 하시되 영학이 종시(終是) 살펴 깨닫지 못하니라.
2-27 그 뒤에 영학이 병들어 위독한지라 천사 들으시고 김갑칠을 데리고 밤재에 가실때 중로(中路)에서 한 주막에 드시니 한 사람이 허리가 굽어서 엎디어 기어다니거늘 천사 그 허리 펴지 못한 이유를 물으시니 대하여 가로대 십여년 전부터 곱사가 되어서 고치지 못하였나이다 하거늘 천사 손으로 그 허리를 펴주시고 사금 열닷냥을 가져오라 하시니 그 사람이 기뻐 뛰놀며 가로대 선생은 실로 재생지은(再生之恩)이 있사오니 그 은혜를 갚으려 할진대 태산이 오히려 가벼우나 지금 몸에 지닌 돈이 없으니 무엇으로 갚사오리까 천사 가라사대 물품도 가하니라 그 사람이 가로대 내가 널 장사를 하오니 널로 드림이 어떠하나이까 널 한벌 값이 열 닷냥이옵니다 천사 가라사대 그도 좋으니 잘 가려두라 하시고 집에 돌아가시니 영학이 이미 죽었거늘 그 널을 가져다가 장사지내시니라 .
2-28 보름날 김갑칠을 데리고 부안 고부 등지를 순유(巡遊)하실 때 저녁에 고부 검은 바위주막에 들리시니 이때에 화적(火賊)이 많이 일어나서 대낮에 횡행(橫行)하므로 순검(巡檢) 한 사람이 미복(微服)으로 야순(夜巡)하려고 이 주막에 들었거늘 천사 주모에게 일러 가라사대 저 사람에게 주식(酒食)을 주지말라 만일 술과 밥을 먹였다가 값을 받지 못하면 넉넉지 못한 영업에 손해가 아니냐 하시니 순검이 이 말씀을 크게 성내어 천사를 구타하며 무례한 말을 한다고 꾸짖거늘 천사 웃어 가라사대 다 죽은 송장에게 맞아서 무엇이 아프랴 하시고 밖으로 나가시니 주모가 순검에게 이르되 저 양반의 말씀이 이상하니 반드시 무슨 까닭이 있을지니 나가서 사과하고 그 연고(緣故)를 물어보라 하거늘 순검이 옳게 여겨 천사의 뒤를 따르며 사과한 뒤에 연고를 물으니 천사 가라사대 오늘 밤에는 사무(事務)를 폐(廢)하고 다른 곳으로 몸을 피하라 순검이 명하신 대로 몸을 피하였더니 이윽고 밤이 깊음에 화적이 몰려와서 주모를 구타하며 순검의 간 곳을 물으니 이는 곧 여러 화적들이 순검을 죽이려고 미리 약속한 일이 있음이라 이튿날 순검이 천사의 계신 곳을 찾아와서 살려주신 은혜를 감사하니라.
2-29 오월에 천사 밤재에 계실 때 갑칠이 구릿골로부터 이르거늘 천사 물어가라사대 너의 지방에 농황(農況)이 어떠하뇨 갑칠이 대하여 가로대 이 가뭄심하여 이종(移種)을 못하므로 민심이 소동(騷動)되나이다 천사 가라사대 네가 비를 빌려왔도다 네게 우사(雨師)를 붙이노니 곧 돌아가되 길에서 비를 맞을지라도 피하지 말라 이는 네 몸에 천지공사를 띠고 가는 연고니라 갑칠이 명을 받고 돌아 갈 새 얼마 아니가서 비가 시작하여 잠시에 냇물이 넘치는지라 이로부터 물이 풍족하여 수일 동안에 모심기를 마치니라.
2-30 유월에 형렬을 데리고 태인 신배를 지내실 때 그 마을 어떤 집에 불이나서 모진 바람에 기세가 크게 성하거늘 천사 민망(憫?)히 여겨 가라사대 저 불을 그대로 두면 이 바람에 온 마을이 재가 되리니 맞불을 놓아 끄리라 하시고 형렬을 명하사 섶으로써 불을 피우시니 곧 바람이 자고 불이 꺼지니라.
2-31 팔월 스무 이렛날 익산 만중리 황사성의 집에 이르시니 마침 어떤 사람이 노기를 띠고 있거늘 그 마을 정춘심의 집으로 옮겨가시니라 원래 사성의 부친 숙경이 전주 용진면 용바위 황참봉에게 빚이 있었더니 황참봉이 죽은 뒤에 그 아들이 사람을 보내서 빚을 재촉하며 만일 갚지 아니하면 경무청에 고소하여 옥중에다 썩히면서 받겠다고 위협하는지라 이날 밤에 사성부자가 춘심의 집에 와서 천사께 이 일을 아뢰며 무사하도록 끌러 주시기를 간청하거늘 천사 숙경에게 명하사 무명베 한 필을 사다가 옷 한벌을 지어 입으시고 숙경에게 일러 가라사대 일이 잘 풀리리니 근심을 놓으라 무명베 한 필은 채권과 채무 사이에 길을 닦는 것이니라 하시더니 그 뒤에 순검이 와서 숙경을 잡아가려고 하거늘 숙경이 순검으로 더불어 채권자의 집에 가서 갚을 기한을 물리기로 하고 화해를 청해도 채권자가 듣지 아니하고 고집하거늘 그 모친이 아들을 불러 꾸짖어 가로대 저 어른은 네 부친의 친구인데 이제 옥에 가두려하니 이는 금수(禽獸)의 행위를 하려 함이라 하고 그 증서를 빼앗아 불살라 버리니 채권자가 할일 없어 숙경에게 사과한 뒤에 드디어 고소를 취하하고 빚을 탕감하여 버리니라.
2-32 구월 열흘날 함열 회선동 김보경의 집에 가시니 보경이 여쭈어 가로대 이 근처에는 요사이 도적이 출몰하여 밤마다 촌락을 터는데 내집이 비록 넉넉지는 못하나 밖에서는 부자인 줄 알므로 실로 두려워서 마음을 놓지 못하오니 청컨대 도난을 면케하여 주옵소서 천사 웃으시며 문앞에 침을 뱉으시고 일러 가라사대 이 뒤로는 마음을 놓으라 도적이 저절로 멀리 가리라 하시더니 과연 그 뒤로는 도적의 자취가 없어지니라.
2-33 동짓달에 전주 에 이르시니 마침 민요(民擾)가 일어나서 인심이 소동하는지라 보경에게 일러 가라사대 김병욱이 국가의 중진(重鎭)에 처하였으니 소동된 인심을 잘 진압하여 그 직책을 다하여야 할지라 그 방략을 어떻게 정하였는지 물어오라 보경이 병욱을 찾아 명하신 바를 전하니 병욱이 천사께 와 뵙고 가로대 무능한 나로서는 물끓듯 하는 민요를 진압할 수 없으니 오직 선생의 힘만 믿나이다 천사 가라사대 내가 가름하여 진압하리라 하시고 이날 저녁부터 비와 눈을 크게 내리시며 기후를 혹독히 춥게 하시니 방한설비(防寒設備)가 없이 한데 모였던 군중은 할일 없이 해산하여 집으로 돌아가고 비와 눈은 사흘 동안을 계속하므로 군중은 다시 모이지 못하고 소동은 스스로 진정되니라.
2-34 섣달에 원평에 계실 새 그 때에 어사 박재빈이 전라북도 일곱 고을 군수를 파면하고 장차 전주에 출도하려 함에 군수 권직상의 지위도 위태하게 된지라 김병욱은 이때에 전주 육군 장교로서 권직상과 친분이 있을 뿐 아니라 권직상이 파면되면 자기의 일에도 또한 낭패될 일이 많으므로 그 일을 근심하여 천사께 그 대책을 묻거늘 천사 가라사대 그 일은 무사하도록 끌러주리니 근심치 말라 하시더니 그 뒤에 박어사가 권직상을 파면하려고 전주부에 들어오자 때마침 박어사의 면관비훈(免官秘訓)이 전주부에 이르니라.
2-35 하루는 종도들을 데리시고 모악산 용안대에 이르 사 여러날 머무르실 새 마침 눈이 크게 내려 교통이 두절케 되었는데 양미(糧米)가 두 끼 지을 것밖에 남지 아니 하였으므로 종도들이 서로 걱정하거늘 천사 들으시고 그 남은 양식으로 식혜(食醯)를 지으라 하시니 종도들은 부족한 양식을 털어서 식혜를 지으면 더욱 부족하여 굶게 될 것을 걱정하며 식혜를 지어 올린 대 천사 종도들과 나누어 잡수시니 곧 눈이 그치고 일기가 화난(和暖)케 되어 장설(丈雪)로 쌓인 눈이 경각(頃刻)에 다 녹아 도로가 통하므로 곧 돌아오시니라.
2-36 을사 정월 그믐날 형렬로 더불어 부안 성근리 이환구의 집에 가사 여러날 머무르실 새 환구가 부안읍 사람 신원일을 자주 천거하거늘 천사께서 원일을 부르시니 원일이 와 뵈옵고 천사를 자기집으로 모셔오니 원일의 부친과 아우는 천사를 믿지 아니하고 오래 머무르심을 싫어하는지라 원일이 청하여 가로대 가친(家親)이 본래 고기잡이를 즐겨하여 해마다 경영하다가 거년(去年)에는 폭풍으로 인하여 큰 손해를 보았으니 금년에는 풍재(風災)를 없게 하여 고기잡이를 잘 되게 하여주시면 가친을 위하여 다행하겠나이다 천사 가라사대 그 일은 어렵지 아니하니 많은 이익을 얻은 뒤에 천냥을 나누어오라 장차 쓸 데가 있노라 원일 부자가 기뻐하여 허락하더니 이 해에 과연 풍재가 없고 칠산 바다에서 원일부친의 고기잡이가 제일 잘되어 큰 돈을 번지라 천사 원일부친에게 사람을 보내어 허락한 돈 천냥을 보내라 하시니 원일 부친이 전 언약을 어기고 보내지 아니하거늘 천사 원일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는 大人을 속임이라 내 일은 모든 것을 신명으로 더불어 작정(作定)하는 것이므로 한 가지라도 사사로이 못하노니 이 뒤로는 그대 부친의 고기잡이가 철폐(撤廢)하게 되리라 하시더니 그 뒤로는 고기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아니하므로 마침내 고기잡이를 폐지(廢止)하니라.
2-37 삼월에 일진회원(一進會員)과 전주 아전이 서로 다투어 정창권이 부중 백성을 모아 사대문을 잠그고 일진회원의 입성(入城)을 막으며 사방으로 통문(通文)을 돌려서 민병(民兵)을 모집하여 일진회를 초멸(剿滅)하려 하거늘 천사 가라사대 어렵게 살아난 것이 또 죽게되니 구원하여 주리라 하시고 확정리 이경오에게 돈 일흔냥을 청구하시니 경오가 돈이 없다고 거절하거늘 다른데서 일곱냥을 주선하여 오사 가라사대 이 일곱냥이 능히 일흔냥을 대신하리라 하시고 형렬을 데리고 전주 용머리 고개 주막에 이르사 행인을 많이 청하여 술을 먹이시고 종이에 글을 써서 그집 문 돌저귀와 문고리를 연결하시더니 이날 석양에 이르러 일진회와 아전이 화해하여 사대문을 열고 일진회원의 입성을 허락하니라 이날에 쓴 돈이 엿냥이라 천사 형렬에게 일러 가라사대 옛사람은 바둑 한 점으로 십만병을 물리쳤다 하는데 이제 나는 돈 엿냥으로 일진회와 아전의 싸움을 끌렀으니 내가 옛사람만 같지 못하다 하시니라.
2-38 이날 밤에 도적이 화정리 이경오의 집을 털어서 돈 일 흔 냥을 빼앗아 갔다하거늘 천사 들으시고 가라사대 그 돈에 적신(賊神)이 범하였음을 알고 사람 살리는 일에나 쓰기 위하여 청구하였더니 경오가 듣지 않고 없다고 거절하였다 하시니라
39 이 뒤로 두 어 달 동안 손바라기 앞 주막에서 공사를 행하실 때 종도들의 내왕(來往)이 빈번(頻繁)하여 주막주인 오동팔이 돈을 많이 모았더니 그 뒤에 경비(經費)가 부족함을 보고 심히 냉대(冷待)하거늘 종도들이 그 무의(無義)함을 성낸대 천사 일러 가라사대 어리석은 자가 의리를 알리오 우리가 만일 그 무의함을 성내면 그가 반드시 큰 화를 받으리니 나의 지나는 길에 덕을 흘리지 못하고 도리어 화를 끼치면 어찌 온당(穩當)하리오 하시니라.
2-40 이 뒤에 태인읍에 이르사 밤중에 종도들을 데리고 산에 올라 공사를 행하신 뒤에 일러 가라사대 이제 대신명(大神明들이 모였으니 그 해산 끝에는 참혹한 응징이 있으리라 말씀을 마치시자 문득 태인읍에서 군중의 고함소리가 나는지라 종도들이 천사를 모시고 산에서 내려와 사유(事由)를 탐문하니 김기년의 주막이 군중에게 엄습(掩襲)되어 세간과 술독이 모두 부서졌더라 원래 기년이 술장사를 함에 읍내 소년들의 동정을 얻어서 많은 돈을 벌었더니 그 뒤에 소년들이 궁핍하여짐에 기년이 심히 냉대하거늘 소년들이 그 무의함에 성내어 이렇게 엄습함이라 이튿날 천사 기년의 집에 가시니 기년 부처가 울며 다른 데로 옮기려 하거늘 천사 일러 가라사대 원래 이해득실(利害得失)이 모두 제 몸에 있고 위치에 있지 아니하나니 이 뒤로는 삼가여 모든 사람에게 온정을 베풀라 그러면 앞길이 펴지고 영업이 흥왕하리라 하시니라.
2-41 그날 밤에 오동팔의 주막에는 뜻밖에 우레 같은 소리가 나며 집이 저절로 드날려서 뜻밖에 엎어지고 사람과 세간은 상한 바 없는 지라 동팔이 재목을 수습하여 다시 집을 짓다가 두 번이나 거듭 전과 같이 엎어지므로 할일 없이 공사를 중지하고 의막(依幕)을 치고 지내더니 하루는 어떤 사람이 지나다가 그 경상(景狀)을 보고 불쌍히 여겨 자진하여 겨우 서너 시간 동안에 집을 지어주고 품삯도 받지 아니하고 가더라 대저 그 집을 지으려면 보통목수 십여일 품이 들 것이므로 이웃 사람들은 크게 이상히 여기고 종도들은 모두 태인산 위에서 천사께서 말씀하신 일을 생각하여 그 집이 엎어진 것은 신명들이 해산할 때에 응징한 바요 다시 그 이상한 구조를 받은 것은 곧 천사의 권능이라고 생각하니라.
2-42 매양 천지공사를 행하실 때 모든 종도들에게 마음을 잘 닦아 앞에 오는 좋은 세상을 맞으라 하시므로 종도들이 하루바삐 그 세상이 이르기를 바라더니 하루는 신원일이 청하여 가로대 선생이 천지를 개벽(開闢)하여 새 세상을 건설한다 하신지가 이미 오래이며 공사를 행하시기도 여러 번 이로되 시대의 현상은 조금도 변함이 없으니 제자의 의혹이 자심(滋甚)하나이다 선생이시여 하루바삐 이 세상을 뒤집어서 선경을 건설하사 남의 조소(嘲笑)를 받지 않게 하시고 애타게 기다리던 우리에게 영화를 주옵소서 하거늘 천사 일러 가라사대 인사(人事)는 기회(機會)가 있고 천리(天理)는 도수(度數)가 있나니 그 기회를 지으며 도수를 짜 내는 것이 공사의 규범(規範)이라 이제 그 규범을 버리고 억지로 일을 꾸미면 이는 천하에 재앙을 끼침이요 억조(億兆)의 생명을 빼앗음이라 차마 할 일이 아니니라 원일이 굳이 청하여 가로대 지금 천하가 혼란 무도하여 선악을 가리기 어려우니 마땅히 속히 진멸(盡滅)하고 새 운수를 열음이 옳으니이다 천사 괴로히 여기사 칠월에 원일과 두어 종도를 데리고 변산 개암사에 가사 손가락으로 물을 찍어서 부안 석교로 향하여 뿌리시니 문득 그 쪽으로 구름이 모여들며 큰 비가 쏟아지고 개암사 부근은 청명 하더라 천사 원일을 명하사 속히 집에 갔다 오라 하시니 원일이 명을 받고 집에 돌아간 즉 그 아우의 집이 비에 무너져서 그 권속이 자기의 집에 모여 있거늘 원일이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천사께 그 사유를 아뢰니 천사 일러 가라사대 개벽이란 것은 이렇게 쉬운 것이라 천하를 물로 덮어 모든 것을 멸망케 하고 우리만 살아있으면 무슨 복이 되리오 대저 제생의세(濟生醫世)는 성인의 도요 재민혁세(災民革世)는 웅패(雄覇)의 술(術)이라 이제 천하가 웅패에게 괴롭힌지 오랜지라 내가 상생의 도로써 만민을 교화하며 세상을 평한케 하려 하노니 새 세상을 보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요 마음을 고치기가 어려운 것이라 이제부터 마음을 잘 고치라 대인(大人)을 공부하는 자는 항상 남 살리기를 생각하여야 하나니 어찌 억조를 멸망케하고 홀로 잘되기를 도모함이 옳으리오 하시니 원일이 이로부터 두려워하여 무례한 말로 천사께 괴롭게 한 일을 뉘우치고 원일의 아우는 그 형이 천사께 추종하면서 집을 돌보지 아니함을 미워하여 항상 천사를 욕하더니 형으로부터 이 이야기를 듣고는 천사께 욕한 죄로 집이 무너짐이나 아닌가하여 이로부터 마음을 고치니라.
2-43 원일의 부친이 서울사람에게서 수 만 냥 빚을 얻어서 고기잡이를 하다가 실패함에 채권자가 내려와서 원일의 집에 유하며 채무를 갚으라고 성화같이 독촉하더니 이 때에 천사 원일의 집에 이르사 그 정상(情狀)을 보고 민망히 여기사 채권자에게 일러 가라사대 오늘 비가 오고 아니올 것으로써 채무 탕감할 내기를 함이 어떠하뇨 채권자가 허락하거늘 가라사대 그대가 비오리라 하면 나는 아니온다 할 것이요 그대가 아니오리라 하며 나는 온다하리니 잘 생각하여 말하라 하시니 채권자는 구름 한 점 없는 좋은 일기임을 보고 비오지 않겠다 하거늘 천사는 반드시 비 오리라 하시고 곧 비를 크게 내리시니 채권자가 할 수 없이 그 빚을 탕감하니라.
2-44 이 뒤에 고부 선돌 박창국의 집에 이르시니 창국의 아내는 천사의 누이라 마침 벗은 발로 밖에 다니는 것을 보고 민망히 여기사 가라사대 이 도량에 독사(毒蛇)가 있으니 벗은 발을 물면 어찌하리오 하시고 길게 휘파람을 부시니 문득 독사 한 마리가 풀밭으로부터 기어나와서 뜰밑에 이르러 머리를 들고 가만히 엎드리더니 이윽고 창국이 밖으로부터 들어오다가 독사를 보고 깜짝 놀래어 곧 상장을 들어서 때려 죽이거늘 천사 한숨하여 가라사대 독사를 상자(喪者)가 보면 상장(喪杖)으로 쳐죽이고 도승(道僧)이 보면 선장(禪杖)으로 쳐죽이건마는 누이에게는 아무것도 제어할 것이 없도다 하시고 독사의 피가 땅에 있음을 보고 가라사대 이 피를 벗은 발로 밟으면 해가 있으리라 하시고 친히 그 피를 밟아 독기를 제하시니라.
2-45 섣달에 함열로부터 구릿골로 가실 때 길이 심히 질어서 길 걷기가 어려운지라 천사 「칙령치도신장(勅令治道神將) 어재함라산하(御在咸羅山下) 이어우전주동곡(移御于全州銅谷)」이라 써서 불사르시니 진 길이 곧 얼어붙어서 굳어지거늘 이에 마른 신발로 떠나시니라.
2-46 구릿골 앞에서 술장사하는 정괴산이 극히 가난하되 매양 천사를 지성(至誠)으로 공대(供對)하더니 하루는 천사 그 집에 가시니 괴산이 천사께 공대하려고 질솥에 개장국을 끓이다가 문득 질솥이 깨어짐에 괴산의 아내가 낙담하여 울고 섰거늘 천사 불쌍히 여기사 신경원을 명하사 그 경영하는 솥점에서 철솥 한 개를 가져다 주었더니 이로부터 괴산의 가세가 점점 넉넉하여 지니라 그 뒤에 괴산이 태인 방아다리로 이사할 때에 그 철솥을 환평 정동조에게 팔았더니 괴산은 도로 가난하여 지고 동조는 넉넉하게 되었으므로 모든 사람이 그 철솥을 복솥이라고 일컬으니라.
2-47 하루는 용화동 박봉민의 주막에 이르사 술을 찾으시니 마침 술이 떨어졌다 하거늘 천사 술 빚어 넣었던 독을 가져오라 하사 물을 채워 부으시고 손으로 저으신 뒤에 마시시며 종도들에게 나누어 주시니 그 맛이 본래 빚었던 술맛과 같더라.
2-48 스무 하룻날 신원일이 와서 여쭈어 가로대 내가 일찍 궁감(宮監)이 되어 궁도조(宮賭組) 백수석(百數石)을 범포(犯捕)하였더니 그 궁에서 부안군수에게 부탁하여 독촉이 심할 뿐 아니라 장차 가산을 적몰(籍沒)하려 하므로 할 수 없이 피하여 왔나이다 천사 가라사대 그 일을 끄르기는 어렵지 아니하니 이곳에 머물러 있으라 원일이 가로대 이 일을 끄르려하면 국조(國朝)를 변혁(變革)하거나 법제(法制)를 고치거나 두 도리밖에 없는데 한 사람의 액(厄)을 끄르기 위하여 이렇듯 중대한 일은 이루기가 어렵지 아니하나이까 천사 가라사대 한 사람의 소리가 곧 대중(大衆)의 소리니라 하시더라 원일이 달포를 머무른 뒤에 천사를 모시고 서울을 다녀와서 집에 돌아가니 궁토(宮土)의 제도(制度)가 혁파(革罷)되고 따라서 여러 궁감의 범포도 모두 면제되었거늘 원일이 여러 사람을 대하여 말하되 나로 인하여 까다로운 궁폐(宮弊)가 없어지고 여러 궁감들이 모두 살 길을 얻었도다 하더라.
2-49 하루는 금산사 청련암 승 김현찬에게 명당(明堂)쓰기를 원하느냐 현찬이 대하여 가로대 평생소원이로소이다 가라사대 믿고 있으라 하시고 그 뒤에 또 김병욱에게 일러 가라사대 명당을 쓰려느냐 병욱이 대하여 가로대 고소원(固所願)이로소이다 가라사대 믿고 있으라 하시더니 그 뒤로 수년을 지내도록 다시 말씀치 아니하시므로 두 사람은 다만 천사의 뜻만 바라고 있다가 하루는 병욱이 여쭈어 가로대 전에 허락하신 명당은 언제나 주시려나이까 천사 가라사대 네가 아들을 원하므로 그 때에 명당을 쓰였나니 이미 발음(發蔭)되었느니라 하시니 원래 병욱이 자식 없음을 한하다가 명당을 허락하신 뒤에 작은 집을 얻어서 아들을 낳았더니 그 일을 이르심이라 병욱이 심히 허탄하게 여기거늘 가라사대 선천에는 백골을 묻어서 장사하였으되 후천에는 백골을 묻지 않고 장사하느니라 하시더라 그 뒤에 현찬이 또 묻거늘 가라사대 명당은 이미 써서 발음이 되었느니라 하시니 대저 현찬도 명당을 허락하신 뒤에 퇴속하여 장가들어 아들을 낳았으므로 이 일을 이르심이러라.
2-50 김갑칠이 친산(親山)을 면례(緬禮)하려고 모든 기구를 준비하였더니 천사 일러 가라사대 내가 너를 위하여 면례하여 주리라 하시고 준비한 널과 모든 물품을 모두 불사르신 뒤에 그 재를 앞내에 버리며 하늘을 보라 하시거늘 갑칠이 명하신 대로 하면서 하늘을 우러러 보니 문득 이상한 기운이 북쪽에서 남쪽까지 뻗쳤더라.
2-51 병오 정월 오일에 모든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오늘은 호소신(好笑神)이 올 것이니 너희들은 웃음을 조심하라 만일 웃는 자가 있으면 이 신명이 공사를 보지 아니하고 돌아가리니 그가 한 번 가면 어느 때 다시 올지 모르리라 하시거늘 여러사람이 특별히 조심하더니 뜻밖에 정성백이 웃으므로 일좌가 다 함께 웃으니라 그날 오후에 성백이 문득 오한대통(惡寒大痛)하여 삼일간을 위석(委席)하였더니 천사께서 앞에 뉘이시고 어루만지시니 곧 나으니라 이때에 천사 날마다 물형약도(物形略圖)를 그려서 불사르시니라.
2-52 서울에 가셨을 때에 진고개 극장에 가셔서 여러 가지 마술을 보시다가 그 입으로 화괴를 먹고 또 양지를 오린 긴 종이를 한없이 뽑아내는 것을 보시다가 각 종도들에게 좌수를 골말 속에 넣고 있으라 하시므로 그대로 하였더니 그 술사가 문득 혼도하여 극장이 크게 혼란하여 자상천답(自相踐踏)하므로 헌병까지 출동하였으나 쉽게 진압되지 않는지라 천사께서 다른 곳으로 피하사 냉수를 머금어 품으시니 곧 큰 비가 쏟아져서 대중이 스스로 흩어지게 하시니라.
2-53 사월에 전주 문태윤이 와 뵈옵거늘 천사 그가 지고 온 보따리를 보시고 가라사대 이 방은 한적한 공부방이라 속 모르는 사람을 그대로 들이지 아니하나니 그 보따리를 끌러보이라 그 속에 반드시 전쟁의 장본(張本)이 있으리라 태윤이 부끄러운 빛으로 보따리를 끄르니 그 숙질간에 재산 관계로 송사하는 문서가 들어 있는지라 태윤이 여쭈어 가로대 이런 좋지 못한 일이 있으므로 선생께 해결책을 물으러 와서 부끄러운 마음으로 차마 아뢰지 못하였나이다 천사 가라사대 전쟁은 가족 전쟁이 큰 것이니 한 집안 난리가 온 천하의 난리를 끌어 내느리라 하시고 한 봉서(封書)를 주시며 가라사대 이 봉서를 그대 조카의 집에 가서 불사르라 하시거늘 태윤이 그대로 하였더니 그 뒤에 과연 화해되니라.
2-54 청도원에서 청국공사를 행하시고 구릿골로 돌아오시어 가라사대 풍운우로상설뇌전(風雲雨露霜雪雷電)을 일으키기는 쉬우나 오직 눈 뒤에 곧 비 내리고 비 뒤에 곧 서리치게 하기는 천지조화로도 오히려 어려운 법이라 내가 오늘 저녁에 이와 같이 일을 행하리라 하시고 글을 써서 불사르시니 과연 눈이 내린 뒤에 비가 오고 비 개이자 곧 서리치니라.
55 이달에 신원일이 건재(乾材)약국을 배설(排設)하고 약을 사러 공주 영에 갈 새 천사께 와 뵈옵고 여쭈어 가로대 지금 길이 질어서 길 걷기가 극히 어려우니 청컨대 공중의 교통을 편리케 하기 위하여 길을 얼어 붙게 하여지이다 천사 허락하시고 술을 가져오라 하사 마시니 그날밤부터 길이 얼어 붙어서 세말(歲末)까지 녹지 아니하니라.
2-56 약방에 계실 새 하루는 조조(早朝)에 해가 떠서 앞 제비산 봉우리에 반쯤 떠 오르거늘 천사께서 여러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러한 난국에 처하여 정세(靖世)의 뜻을 품은 자는 능히 일행(日行)을 멈추게 하는 권능을 가지지 못하면 불가할지니 내 이제 시험하여 보리라 하시고 축인 담배 세 대를 갈아 피우시되 해가 산전(山点)을 솟아오르지 못하더니 천사께서 연죽(煙竹)을 떼어 땅에 터시니 해가 문득 수장(數丈)을 솟아 오르니라.
2-57 김익찬을 데리고 전주 세내를 지나실 때 일본 사람 사냥꾼이 기러기 떼가 많이 앉은 곳을 향하여 총을 겨누고 쏘려 하거늘 천사 가라사대 군자(君子) 차마 보지 못 할 일이라 하시고 왼발로 땅을 한 번 구르며 서시니 그 총이 쏘아지지 아니한지라 사냥꾼이 이유를 알지 못하고 총을 검사하고 헤매든 차에 기러기 떼가 다 날아가거늘 이에 발을 옮겨 걸으시니 총은 그제야 발사되니라.
2-58 불가지 김성국의 집에 머무르실 새 텃 밭에 꿩 떼가 많이 내리거늘 성국이 김덕찬으로 더불어 홀치를 많이 만들어 그 밭에 놓아 잡으려고 하는지라 천사 가라사대 너희는 잡을 공부를 하라 나는 살릴 공부를 하리라 하시더니 이로부터 꿩 떼가 많이 내리되 한 마리도 홀치에 걸리지 아니하니라.
2-59 불가지(佛可止)로부터 전주로 가실 새 동남으로부터 큰 비가 몰려 오거늘 천사 길 가운데 흙을 파고 침을 뱉어 묻으시니 물려오던 비가 문득 두 갈래로 나뉘어져 한 갈래는 동쪽으로 향하고 한 갈래는 서쪽으로 향하여 몰려 가니라.
2-60 황응종 김갑칠을 데리고 원평을 지나실 새 원평 앞 다리를 지나시면서 왼발로 길을 한 번 구르시고 길가에 서시더니 이윽고 말탄 사람 세 명이 오다가 다리 건너편에 이르러 말 발굽이 땅에 붙어서 옮기지 못하므로 마부가 무수히 힘들여 끌다가 할일없이 멈추고 섰더니 한 마부가 고삐를 놓고 다리를 건너와서 천사께 절하고 비켜 서시기를 빌거늘 천사 웃으시며 비켜서시더니 말이 비로소 달려가니라.
2-61 정미 사월에 고부 손바래기로부터 태인으로 가실 새 먼저 원일을 보내시어 여관을 정하게 하시고 이튿날 손바래기를 떠나 그 앞 주막에 이르사 형렬에게 일러 가라사대 나는 여기서 자리니 너는 먼저 가서 원일과 함께 자고 내일 아침에 하마정에서 나를 기다리라 형렬이 명을 받고 태인에 이르러 원일을 만나 함께 자고 이튿날 원일로 더불어 하마정에 이르니 마침 장날이라 사람이 많이 모여들더라 천사 형렬과 원일을 만나 길가 술집에 앉으시고 원일에게 이러 가라사대 내가 오늘 벼락을 쓰리니 술을 가져오라 원일이 술을 올림에 천사 잔을 드사 두 어번 들으신 뒤에 마시시니 문득 바람이 일어나고 소나기가 쏟아지며 우뢰와 번개가 크게 일어나더니 이윽고 비가 개이거늘 원일을 명하여 가라사대 신경원의 집에 가면 알 일이 있으리니 빨리 다녀오라 원일이 명을 받고 경원의 집에 가니 마침 나무 장사가 비를 피하여 경원의 집에 들어와서 말하여 가로대 나는 오늘 놀라운 일을 보았노라 오는 길에 늙은 여인과 젊은 여인이 길에서 싸우는 것을 보았는데 그 내용을 들은즉 젊은 여인은 늙은 여인의 며느리라 아들을 난지 이레가 못되어 어젯 밤에 상부(喪夫)하였는데 초상(初喪)도 치루지 아니하고 간난 애를 버리고 도망하므로 늙은 여인이 쫓아 와서 어린애를 데리고 가서 기르라고 애걸하되 며느리가 듣지 않고 서로 다투다가 문득 벼락을 맞아서 며느리가 죽었으니 이로 볼진대 천도가 소명(昭明)하도다 하거늘 원일이 돌아와서 들은 말을 아뢰니 가라사대 내가 오늘 아침에 물망리 주막을 지날 때에 한 젊은 여인이 이슬을 털며 빨리 지나기더니 그 뒤로 늙은 여인이 달려오며 젊은 여인의 자취를 묻는 고로 그 사실을 자세히 들으니 실로 인도상 용서치 못할 죄악이라 하물며 그 작배(作配)는 저희들끼리 스스로 지은 것이라 하니 대저 부모가 지어준 것은 인연(人緣)이요 스스로 지은 것은 천연(天緣)이라 인연은 오히려 고칠 수 있으되 천연은 고치지 못하는 것이어늘 이제 인도(人道)에 거슬리고 천연의 의(義)를 저버리니 어찌 천벌이 없으리오 하시니라.
2-62 오월 단양절에 종도들과 마을 사람들이 천사를 모시고 학선암으로 소풍(逍風)하러 갈 새 중로에서 소나기가 크게 몰려 오거늘 천사 담뱃대로 몰려 오는 비를 향하여 한 번 두르시니 문득 비가 다른 속으로 몰려 가더니 학선암에 이른 뒤에 비로소 비가 몰려 오니라.
2-63 유월로부터 두어달 동안 대흥리 경석의 집에 계실 때 공우가 종유(從遊)하기 달포 전에 천원장에서 예수교인과 다투다가 큰 돌에 맞아서 가슴뼈가 상하여 한참 혼도(昏倒)하였다가 겨우 일어나서 수십일동안 치료를 받은 뒤에 겨우 다니기는 하되 아직까지 가슴에 손을 대지 못하고 크게 고통하는 중임을 아뢰니 가라사대 네가 이전에 어느 길 가에서 남의 가슴을 쳐서 사경에 이르게 한 일이 있으니 그 일을 생각하여 잘 뉘우치라 또 네가 몸이 쾌한 뒤에는 가해자를 찾아서 죽이려고 생각하나 네가 상해한 척이 그에게 붙어서 갚은 바이니 오히려 그만하기가 다행이라 네 마음을 잘 풀어 가해자를 은인과 같이 생각하라 그러면 곧 나으리라 공우 이 말씀에 크게 감복하여 가해자를 미워하던 마음을 풀어버리고 훗일에 만나면 반드시 잘 대접하리라는 생각을 두었더니 수일 후에 천원 예수교회에 열두 고을 목사가 모여서 대전도회를 연다는 말이 들리거늘 천사 공우에게 일러 가라사대 네 상처를 낫게 하기 위하여 열두 고을 목사를 움직였노라 하시더니 그 사흘 만에 공우의 상처가 완전히 나으니라
2-64 하루는 가물치회를 올렸더니 천사 잡수신 뒤에 문밖을 거닐으시다가 하늘을 우러러 보시고 웃어 가라사대 그 기운이 빠르다 하시거늘 종도들이 하늘을 우러러보니 구름과 같은 이상한 기운이 가물치 모양을 이루어 동쪽을 향하여 떠가더라.
2-65 하루는 종도들이 금사(琴士)를 불러서 가야금을 타게 하고 유쾌히 놀더니 천사 금지(禁止)하사 가라사대 저 허공을 보라 나는 모든 일을 함부로 하기 어려우니라 종도들이 모두 우러러 보니 구름과 같은 이상한 기운이 가야금 타는 형상과 오륙인이 벌려 앉은 모형을 이루어 허공에 떠있더라.
2-66 중복 날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오늘 번개가 나지 아니하면 충재(蟲災)가 생겨서 농작물이 큰 해를 입으리니 잘 살피라 하시거늘 모두 주의하여 저물도록 살피되 번개가 나지 아니하거늘 천사 하늘을 우러러 가라사대 천지가 어찌 생민의 재앙을 이렇듯 돌아보지 아니하느뇨 하시며 마른 짚을 끊어서 화로에 꽂아 사르시니 문득 북방에서 번개가 치는지라 또 가라사대 북방사람만 살고 다른 지방 사람은 다 죽어야 옳으리오 하시니 다시 사방에서 번개가 번쩍이더라.
2-67 하루는 원일 공우외 서너 사람을 데리고 태인 살포정에 이르사 주막에 들어 쉬시니 문득 우뢰가 일어나며 번개가 크게 일어나 집에 내리려 하거늘 천사 허공을 향하여 꾸짖으시니 우뢰와 번개가 곧 그치는지라 공우는 대흥리에서 글을 써서 벽에 붙여 우뢰를 크게 일으키시고 또 이번에 우뢰와 번개를 꾸짖어 그치게 하심을 보고는 비로소 천사께서 천지조화를 마음대로 쓰시는 줄 알고 이로부터 더욱 경외(敬畏)하더니 하루는 공우에게 일러 가라사대 네가 오랫동안 식고(食告)를 잘 하였으나 이제 만날 사람 만났으니 식고는 내게로 돌릴지어다 하시니 공우 더욱 기뻐하여 평생 소원을 이룬 줄 깨달으면서 곧 그리 하겠나이다 라고 대답하니라 원래 공우는 동학신도의 통례와 같이 「大神師應感(대신사응감)」이라는 식고를 하지 않고 항상 「하느님 뵈여지이다」라는 발원으로 식고하더니 이제 천사께서 말씀하신 바를 듣건대 반드시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통찰하심이며 또 천지조화를 마음대로 쓰시는 것을 볼진대 분명히 하느님으로서 강림(降臨)하심이 의심없다고 생각하니라.
2-68 하루는 경석에게 일러 가라사대 네 선조의 뫼 구월산 금반사치(金盤死稚)의 기운을 옮겨 오리라 하시고 경석으로 하여금 춤추게 하시고 공우로 하여금 북을 치게 하시니라.
69 하루는 정남기의 집에 이르시니 남기의 아들이 무슨 일로 부친에게 꾸지람을 듣고 불순한 말로 대답한 뒤에 밖으로 나가다가 다시 안으로 향하여 들어오더니 문득 문앞에 우뚝서서 움직이지 못하고 땀을 흘리며 연하여 소리를 지르매 온 집안 사람들이 크게 놀래어 어찌 할 바를 모르는지라 이윽고 천사 돌아 보시며 가라사대 어찌 그렇게 고통하느냐 하시니 그제야 능히 움직이며 정신을 돌리거늘 집안 사람들이 그 까닭을 물으니 대하여 가로대 뜻밖에 정신이 혼미하여 지며 숨이 막혀서 호흡을 통치 못하며 골절이 굳어져서 굴신을 못하였노라 천사 물어 가라사대 그 때에 네 가슴이 답답하더냐 대하여 가로대 심히 답답하여 견딜 수 없더이다 가라사대 네가 당한 바로써 네 부친의 가슴을 헤아려보라 네 부친에게 그렇게 불경한 말을 하였으니 그 가슴이 어떠하였으랴 이 뒤로는 허물을 뉘우쳐 다시는 그리하지 말지어다 하시니라.
2-70 하루는 경석에게 일러 가라사대 너는 강령(降靈)을 받아야 하리라 하시고 元皇正氣 來合我神(원황정기 내합아신)을 읽히시며 방문을 열으시니 경석이 문득 소리를 내어 통곡하다가 이윽고 그치거늘 가라사대 그 울음은 신명에게 벌을 받는 소리니라 하시니라.
2-71 천지 대신명이 들어설 때마다 손을 들어 머리로 올려 예(禮)하시니라.
2-72 박공우가 대흥리에서 천사를 모시고 구릿골로 올 때 과교리를 지나다가 문득 울음이 나오며 동학으로 다년간 고생하던 일이 생각키워 더욱 서럽게 울어지는지라 천사 돌아보시며 가라사대 무슨 일로 그다지 우느냐 공우 목메인 소리로 대하여 가로대 어쩐 일인지 부지중(不知中)에 울게 되고 전날 고생하던 일이 낱낱이 생각키워 능히 그치지 못하나이다 가라사대 잘 되게 하여 주리니 그만 그치라 하시니 울음이 곧 그쳐지더라.
2-73 동짓달에 구릿골에 계실 새 공우가 뵈이러 오는 길에 우연히 흥이 나서 「모시러가자 모시러가자 부처님 모시고 우리집으로 돌아오자」라고 노래를 불렀더니 구릿골에 이르러 천사께 뵈이니 가라사대 내가 네집에 가기를 원하느냐 하시거늘 공우 기뻐하여 가로대 소원이로소이다 하고 천사를 모시고 돌아오다가 용암리 물방아집에 들어 쉴 새 천사 문을 열고 남쪽 하늘을 바라보시며 높다 높다 하시거늘 공우가 바라보니 구름이 가득 끼었는데 하늘이 방석 한닢 넓이 쯤 통하며 바람이 쓸슬히 불고 눈이 내리거늘 천사 공우에게 일러 가라사대 나와 친구로 지내자 하시니 공우는 그 말씀이 황공(惶恐)하기도 하고 이상히도 여겼더니 또 가라사대 기운이 적다 하시거늘 공우 부지중에 여쭈어 가로대 바람이 좀더 불리이다 하였더니 과연 바람이 크게 부는지라 또 가라사대 나와 친구로 지내자 하시며 기운이 적다 하시거늘 공우 또 가로대 바람이 더 높아지리이다 하였더니 그때는 바람이 크게 일어나서 모래와 돌을 날리는지라 천사 가라사대 용호대사(龍虎大師)의 기운을 공우에게 붙여 보았더니 그 기운이 작도다 하시니라.
2-74 하루는 공우를 데리고 정읍으로 가실 때 공우에게 마음으로 풍운조화(風雲造化)를 외우라 하심으로 공우가 그대로 외우다가 문득 잊어버리고 그릇 천문지리(天文地理)를 외우더니 천사 돌아보시며 가라사대 그릇 외우니 다시 생각하라 하시거늘 공우 놀래어 생각하니 과연 그릇 외웠는지라 이로부터 고쳐 외우며 대흥리까지 왓더니 이날 밤에 비와 눈이 섞여 오거늘 가라사대 네가 한 번 그릇 생각함으로 인하여 천기(天氣)가 한결 같지 못 하도다 하시니라.
2-75 하루는 정읍 수통점에서 유숙(留宿)하실 때 공우가 시측(侍側)하였더니 이도삼이 와서 그 이웃 버들리에서 이십세쯤 된 여자가 범에게 물려갔다는 말을 고하거늘 천사께서 공우에게 하늘에 蟲星(좀성)이 보이는가 보라 하시므로 공우 나가서 우러러보고 나타나 있음을 아뢰니 천사께서 목침으로 마루를 치시며 충성아 어찌 사람을 해하느냐 하시더니 이튿날 그 여자가 살아 왔는데 의복(衣服)은 파열(破裂)되었으나 몸의 상해는 크지 아니하더라.
2-76 섣달에 고부 와룡리 신경수의 집에서 공사를 보실 때 원일에게 일러 가라사대 네가 일찍이 동천(東天)을 향하여 붉은 옷을 입고 구름을 타고 앉은 사람에게 사배(四拜)한 일이 있으니 이제 다시 그와 같이 절하라 내가 곧 그 사람이로다 원일이 곧 일어나서 사배하거늘 종도들이 원일에게 연고를 물으니 대답하여 가로대 연전(年前)에 우연히 병이 들어서 죽게 되었더니 정신이 황홀(恍惚)한 중에 어떤 큰 사람이 사인교(四人轎)를 타고 와서 내게 말하되 네가 새 옷을 입고 문밖에 나가서 동천에 붉은 옷을 입고 구름을 타고 앉은 어른에게 절하라 그러면 네 병이 나으리라 하므로 그 말대로 새 옷을 입고 문밖에 나가서 동천을 바라보니 과연 붉은 옷을 입고 구름을 타고 앉은 어른이 계시므로 사배를 올렸더니 그때부터 병이 곧 나았는데 집안 사람들은 새 옷 입고 밖에 나가는 것을 해괴하게 여겼다 하더라.
2-77 무신 이월에 종도들을 데리시고 어디를 가실 때 보리밭가로 지나시더니 종도들이 서로 말하되 이 세상에 빈부의 차별로 인하여 곡식중에 오직 먹기 어려운 보리가 빈민의 양식이 되어 먹을 때에 항상 괴로움을 느끼니 보리를 없이하여 버려야 먹는 데 차별이 없이 일치하리라 하거늘 천사 들으시고 가라사대 너희들의 말이 유리하니 보리를 없이하여 버리자 하셨더니 사월에 크게 가물어서 보리가 다 말라죽으니 농민들이 크게 소동하는지라 종도들이 이 일을 아뢰어 가로대 이제 만일 보리흉년이 들면 굶어 죽는 자가 많으리라 하거늘 천사 꾸짖어 가라사대 전자(前者)에 너희들이 보리를 없게하여 버림이 옳다하고 이제 다시 보리 흉년을 호소하느냐 나의 일은 비록 농담 한마디라도 도수에 박혀 천지에 울려 나가나니 이 뒤로는 모든 일에 실없는 말을 삼가라 하시고 전주 용머리 고개에 가사 김낙범을 명하여 거친 보리밥 한 그릇과 된장국 한 사발을 가져오라 하사 가라사대 궁민(窮民)의 음식이 이러하리라 하시고 된장국에 밥을 말아서 다 잡수시니 문득 검은 구름이 일어나며 비가 나려서 보리가 다시 생기를 얻어 풍작을 이루니라.
2-78 공우가 종사(從事)함으로부터 천사의 순유(巡遊)에 많이 모시고 다녔는데 어디서든지 머무르시다가 다른 곳으로 떠나려 하실 때에는 밤이면 달머리가 나타나고 낮이면 햇머리가 나타나는 것을 징험(徵驗)하였으므로 언제든지 달머리나 했머리만 나타나면 출입하실 줄 알고 먼저 신발과 행장(行裝)을 단속(團束)하여 명을 기다리면 반드시 부르 사 가자하시며 떠나셨나니 대저 천사께서는 어디를 가시든지 미리 말씀을 아니 하셨더라.
79 김보경이 곰개에 작은 집을 두고 본가를 돌보지 아니하거늘 천사 글을 써 주시며 가라사대 네 작은 집을 면대(面對)하여 불사르라 그러면 좋은 일이 있으리라 보경이 그대로 하였더니 뜻밖에 임질을 얻어 본가로 돌아와서 달포를 머물렀더니 그 동안에 작은 집이 다른 곳으로 간지라 천사 보경을 불러 경계하여 가라사대 이제는 집안이 편안하여 좋은 운수가 열리리니 본처를 사랑하여 저버리지 말라 하시고 임질을 낫게 하여 주시니라.
2-80 하루는 여러 종도들을 데리시고 솜리를 지나실 때 나룻터에 이르니 사공이 없고 빈 배만 떠 있거늘 천사 몸소 노를 저어 건너신 뒤에 하늘을 우러러보시고 웃으시거늘 모두 우러러보니 구름 같은 이상한 기운이 노 저어 가는 모형을 이루어 천천히 떠가더라.
2-81 이 뒤에 태인 금상리를 지나실 때 마침 날이 가물어서 모심기를 못하더니 동학신도 유한필이 그 전날 구름이 끼임을 보고 비가 올까하여 마른논에 호미로 모를 심었더니 이내 비가 오지 아니하여 모가 마르거늘 극히 초민(憔憫)하여 가로대 가뭄이 이렇게 심하여 비올 뜻이 없으니 호미심기를 갈아엎어서 콩이나 심을 수밖에 없도다 하며 탄식하거늘 천사 들으시고 가라사대 모심은 것을 갈아 엎어 다른 곡식을 심는 것은 변괴가 아니냐 하시며 한필을 앞세우고 그 곳에 가서 참혹한 광경을 보시고 서쪽 하늘을 향하여 만수(萬修)를 불르시니 검은 구름이 피어 오르며 소나기가 내리거늘 한필은 무슨 까닭인지 알지 못하고 다만 미리 아는 법이 있는가 하여 이상히 여기더라.
2-82 어떤 여인이 간부(姦夫)를 보아 자식을 낳았으나 본부(本夫)는 모르더니 하루는 천사 그 여인에게 일러 가라사대 저 아이가 혈통이 바르지 못하니 어찌 모호하게 하여 큰 죄를 짓느냐 하시니 그 여인이 사실을 자백하니라.
2-83 유월에 김병욱이 사람을 보내어 백남신의 친산(親山)에 묘적(墓賊)이 들어서 두골(頭骨)을 도적하여 갔다는 사유를 아뢰거늘 천사 등불을 밝혀 사흘 밤을 철야하사 상가(喪家)와 같이 지내시고 남신에게 말씀을 전하여 가라사대 두골을 찾으려 힘쓰지 말고 조용한 곳에 거처하여 외인 교제를 끊으라 처서절에는 스스로 두골을 가져오게 하리라 하시니라 이때에 사흘밤 철야하심을 종도들이 즐겨 하지 아니하니 가로대 이같이 힘을 들이되 당사자는 알지 못하니 무슨 공로를 알리이까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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