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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빵 이야기 2

열린마당  솔방울 솔방울님의 글모음 쪽지 2015-08-20 14:06 4,601
어릴적 찐빵을 사먹기가 쉽지는 않았다.

1년에 한 번 먹어볼까 말까 하던 때였다.
어느날 형 주머니를 뒤지니 10원짜리 지폐가 서너장 보였다.

나는 큰맘 먹고 죽을지언정 찐빵이나 실컷 먹어보고 죽어야겠다 라고 다짐한 후 형 주머니의 지폐를 꺼내어 찐빵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30원어치를 시켰다.
지금으로 따지면 3만원어치 이상이 라고 봐야한다.


 


주인이 힐끗 보더니 다 먹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즉시 대답했다.

예!!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을 작은 쟁반에 설탕이 뿌려 나왔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맛있게 서너개를 먹었다.

??

이상하게 마음과 달리 5개째 부터는 목에서 잘 넘어가지 않는다.
오랜만에 큰맘 먹고 죽을 각오로 돈을 훔쳐 찐빵집에 왔는데 남길 수는 없었다.

다시 물 한모금 마시고 속에 든 앙꼬(단팥)만 빼먹고 몸통을 그대로 남긴채 집으로 돌아왔다.

주인이 나가는 나를 보면서 황당해 한다.
집에 도착했다.


 


형이 화가 났는지 나를 보자마자 멱살을 잡아 방으로 끌고 가더니 군인혁대(쇠버클 달린 파란색 혁대) 머리통으로 해서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한다.

온 몸에 멍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도둑질했으니 맞아도 싸다고 느꼈다.

그날 엄청 맞았다.
지금 생각하면 경찰에 신고할 정도로 심했다.

그렇지만 그 때 그 시절은 그러한 폭행정도는 당연지사 일일 뿐이었다.
그 뒤로 남의 것에 대한 것은 한 번도 넘보지 않았던 것 같다.

훗날 1981년 형과 함께 빈손으로 서울에 올라와 식빵으로 힘들게 살던 어느 날 저녁에 형이 콧잔등이 빨갛게 흠집이 난채로 찐빵을 몇 개 가지고 집에 왔다.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입에 넣고 씹는데 와작! 돌맹이가 씹힌다.
그러고 보니 부드러운 찐빵 몸에 못 먹고 버릴 정도로 모래와 돌맹이가 수두룩 박혔다.

그렇지만 형의 따뜻한 마음이 고마워서 버리지 못하고 대충 대충 씹어서 다 먹었다.
다음날 왜 찐빵이 땅바닥에 뒹굴다 온 것이냐고 물었다.


 


왈 ; 포장마차에서 동료가 소주와 찐빵을 사주었는데 처음으로 마시는 술을 빈속에 삼키다 보니 쉽게 취해서 비틀 비틀 오다가 길에서 엎어졌는데 찐빵을 안 놓치려고 꼭 쥐고 넘어지다 보니 앞으로 넘어졌다고 한다.

그 때 지나가는 어떤 여성이 일으켜 세워줘 겨우 정신 차리고 길거리에 나뒹구는 찐빵을 그 여성과 함께 하나씩 하나씩 주워 담아 가지고 왔다 한다.

그 때 비록 모래가 박힌 찐빵이었지만 찐빵에 대한 정(情)이 있는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그 뒤로 쵸코파이가 정(情)이라고 나온 것을 보면 한 수 아래인 듯 하다.

지금도 만두는 잘 안 사먹지만 추억이 떠올라 단팥이 든 찐빵은 사먹어 볼 때가 있다.
길거리 지나가다 중국식 가게가 있길래 찐빵 달라고 해서 받았는데 앙꼬(단팥)가 하나도 없는 빵이네요.

아! 심심한 맛!!

[참고]
*만터우(饅頭(만두) : 찐빵(소를 넣지 않고 밀가루만을 발효시킨 빵).
*찐빵(만쥬:Mantou) : 우리나라 만두라고 칭함.
*탕빠오즈(糖包子) : 설탕이 든 찐빵, 찐빵의 속은 설탕(糖), 팥, 고기, 야채, 기타.
*호빵(豆包) : 팥이 들어간 찐빵.
*자오즈(?子) 만두, 교자 : 돼지고기 (猪肉) 를 다져 넣은 만두.
*기타
화송 쪽지 2015-08-23 20:04
겨울에 찐빵이 생각나는 계절....
솔방울 쪽지 2015-08-24 08:22
화송 호빵맨 만화가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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