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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핀 꽃, 나중에 핀 꽃

먼저 핀 꽃, 나중에 핀 꽃

열린마당  호롱불 호롱불님의 글모음 쪽지 2016-05-08 10:18 3,644
철쭉동산에 꽃이 화려하게 피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지나면서 탄성을 짓는다.

어머 예쁘다. 우와 멋있다. 정말 좋다.

갖가지 수식어를 붙인다.   
그 앞에서 사진도 찍고 하나씩 꺽어서 머리에 꽂기도 하고(나쁜사람) 향기도 맡으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 화려하고 빠알간 물결 속에서 드문드문 섞여있는 볼품없는 꽃들이 있었다.
언제필지 모르는 매마른 가지, 이제 피려고 살짝 맺힌 봉우리, 이 빠진 것처럼 듬성듬성 피고 있는 것 등..
   
사람들이 찾아와서, 지나면서 한 마디씩 던진다.
얘는 안 피었네? 어? 이제서 피려하네. 얘는 죽었나봐. 얘는 하얀색 같은데? 지금이 꽃피는 시기인데 언제 피겠냐 늦었지 등등..
    
다수가 못마땅한 말투를 던지며 외면한다.
그 누구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얘네들 때문에 사진 찍는 사람들이 불만이다.
사진 배경에 옥의 티가 되기 때문이다.


 

   
그 뒤 비가 자주 내렸다.
그러자 기존에 화사했던 꽃들이 점점 떨어졌고, 황사 빗물에 색이 누레지고, 앙상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의 짧은 즐거움은 사라지고 있다.
    

 

   
근데 외면 받고 멸시받던 꽃들이 점점 화사하게 피기 시작했다.
빨간 꽃, 하얀 꽃, 분홍 꽃..
   
사람들이 개체수가 적은 꽃들 앞에 다가가서 앞전에 내었던 감탄사보다 더 강열하게 감탄사를 쏟아낸다.

이야! 곱다!
정말 예쁘다!

   
점점 귀해지는 철쭉 계절에 뒤늦게 피어나 오히려 더 귀한대접을 받는 꽃들이 되었다.
이 광경을 보면서 생각해 본다. 
   
같은 철쭉이라도 제각기 피는 때가 있고, 타고난 때가 있다는걸 느꼈다.    

사람에게 구박당해도 묵묵히 참아온 예쁜 꽃아!
사람에게 조롱당해도 제 할 일을 해온 고운 꽃아!    

조금은 늦었지만 미안한 마음으로 합장하여 사과한다.
영원히 행복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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