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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썰매 이야기

겨울썰매 이야기 3

열린마당  솔방울 솔방울님의 글모음 쪽지 2015-08-15 19:53 5,162
어릴적에는 팽이와 썰매는 직접 만들쓰는 시대였다.

양쪽에 방망이만한 나무를 약간 넓적하게 다듬고 판자를 이은 다음 방망이 나무 밑 부분에 굵은 철사가 잘 장착되도록 살짝 실선(홈)을 판 후 그 실선 홈에 철사를 늘어뜨려 고정하면 썰매가 되는 것이었다.

선운산 입구쪽 길옆에 조그만 방죽(10평정도 깊은 웅덩이)이 있는데 겨울이면 얼음이 두껍게 얼어 썰매타기에 아주 좋았다.
 
(학교 들어가기 전의 기억이니 아마도 5~6살 기억이지 않나 싶다)
 
어느 날 방죽에 도착하니 수십명의 동네 형들이 팽이도 치고 썰매와 비료푸대를 가지고 미끄럼질 하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작은 형과 큰 형도 보인다. 형에게 졸랐다.
 
나도 태워줘~
그래? 들어와~
 
방죽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너무 좋아서 발을 디딛자 얼음이 퍽~ 하며 꺼져버린다. 아마도 녹고 있는 과정에 가장자리를 밟은 모양이다. 몸이 물속으로 쏙 들어간다. 본능적으로 깨지지 않은 얼음 조각을 잡았다. 목까지 물이 찼다.
 
형아~ 빨리 꺼네줘~
근데 형을 비롯해서 꺼낼 생각은 않고 모두가 배꼽잡고 웃기만 한다.
 
아마 물에 빠지는 모습이 웃겼던 모양이다.
흐흐아.. 낄길길~~~ 헤~헤헤~~~
 
한참 웃고 나더니 큰형이 손을 잡아 꺼내준다. 그리곤 나보고 집에 빨리 가란다.
놀지 못해 아쉬웠지만 추워서 갈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걸어가는데 몸이 자동으로 덜덜덜 움직였다.
그 때 논두렁에서 마주친 동네 형 두명이 나보고 묻는다.
 
너 춥지?
응..
 
여기다 불 놓아 줄까?
응..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우리 형들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두 형들은 피식피식 웃으며 성냥을 그었다.

삽시간에 불기둥이 크게 생겼다.    
정말 불기둥이 얼마나 큰지 몇 미터를 물러나도 옷이 탈 듯이 마르기 시작했다.
 
어?
 
옷을 말리느라 한 눈파는 사이에 불을 놓았던 형들은 없어지고 저쪽에서 웬 아저씨가 소리 지르며 뛰어온다.
그 뒤로 마을 사람들이 줄줄이 따라서 뛰어온다.
 
불기둥이 산처럼 솟아오르니 동네사람들이 놀래서 소리 지르며 달려 나온 것이다.
 
너 이놈~
맨 먼저 도착한 아저씨가 내 목을 잡고 막 흔든다.
 
이놈의 새끼... 네가 불질렀지?
엉~ 아니예여~
 
형아들이 질렀어여~
뭐? 여기 너 밖에 더 있어?
 
조그만한 놈이 거짓말부터 배웠네.
네 아버지에게 가자!


 

 
아까 그 형들이 불을 짚은 곳은 동네 사람들이 벼 추수 후 공동으로 지푸라기 볏단을 모아 논에 크게 쌓아 놓은 지푸라기 더미였다.    
그 이유는 동네 전체가 지붕을 고치거나 새로 올리거나 성황당이나 당산나무를 감아주는데 사용하는데 필요한 공동재산이었다.
 
이 지푸라기 짚단(볏단)은 소 여물도 먹이고 새끼줄도 꼬고 망태도 만들고 여러 가지로 활용하는 지푸라기 짚이었다.
그런데 그 소중한 지푸리기 볏단에다 불을 지폈으니 동네가 난리가 난 것이다.
 
나는 계속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기를 수십분...
 
마을사람들이 웅성웅성 하더니 그 자리에서 풀어줬다.
그 후 부모님께서 보상을 했는지 아니면 그 형들이 자수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증거 불충분으로 억울한 누명에서 풀려나게 된 것이다.
 
그 뒤로는 정식으로 썰매를 타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남의 자산에 불내어 죄송했습니다.
화송 쪽지 2015-08-17 00:49
썰매....아련한 추억
쥐불놀이...깡통...
잠시 옛날로 가네요.
잘 읽었습니다.
솔방울 쪽지 2015-08-17 11:03
화송 깡통 쥐불놀이가 가장 위험했어요. 돌리다 놓치거나 철사가 떨어지면 초가지붕위로 날라가 불나고... 남의 묘지에 떨어져 묘지가 홀라당 타버리고...옛날 모지가 불난 것은 중죄에 처했었자나요...
화송 쪽지 2015-08-17 13:25
솔방울 ㅋㅋㅋ 깡통 돌리다가 정말 불도 내봤어요
동네 형의 집이었는데....그때 그 초가지붕..
그 형이 올라가서 껐으니 망정이지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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