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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바허바 사진관의 추억

허바허바 사진관의 추억 2

열린마당  호롱불 호롱불님의 글모음 쪽지 2015-06-24 11:50 7,558
앞의 화송님의 초상화란 글을 보고 생각나서 적습니다.

1970년대 서울 신설동 사거리에서 동대문 사거리 중간에 숭인동이라고 있습니다. 바로 위쪽으로 붙은 동네가 창신동이구요. 이 숭인동 도로가에 유명한 주산 타자 부기 학원이 있었는데 이 건물 옆에 안동장이라는 짜장면 집이 있었습니다.

이 짜장면 집의 친형 되시는 분이 직접 면을 뽑는 기계를 들여와 큰 냉면집을 하고 있었는데, 짜장면 집 사장이 냉면집 형님에게 저를 소개해주었습니다.

그 냉면집 형님이란 분이 동인천에 있었던 허바허바 사진관과 아는 사이라서 제가 그곳에 가게 되었습니다. 전국의 모든 사진관이 고정관념으로 사람을 정면만을 찍을 때 이곳은 약간 옆 모습을 중심하여 찍어주는 독특한 사진관이었습니다.

지금 사람들이야 그것이 뭐 그리 신기할 일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아이디어이면서 차별화 정책이었지요. 대부분 여자학생이 선호했었습니다.

그 때 사진관은 2층인가 3층으로 기억되는데 1층에 다방이 있었습니다. 건물이 허술하여 계단도 나무 계단으로 되어 있었고 바닥이 판자로 되어있던 곳이었습니다. 당시 규모는 동네슈퍼 정도였지요.

하루는 제가 물을 틀어놓고 깜박 잠이 들어서 물이 아래층 다방으로 쏟아져서 엄청 혼난적도 있었습니다.

이 사진관을 가게 된 동기부여가 있습니다.

청소년시절 체격이 그대로 굳어져서 작아 보이고 또 요즘 세대들이 워낙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이는 시대이지만 그 당시에는 또래보다 성장이 매우 빨라 맷집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유제두 권투선수가 일본선수를 KO승 할 때마다 나라 전체가 시끌벅적 하던 때라서 복싱에 대한 선호도가 좋았던 시절이었는데, 허바허바 사진관에서 1주일에 한 번씩 닭고기 사주겠다는 구도계약을 맺고 선수로 키워 주겠다는 것이었지요.

저는 유명해지는 것은 좋은데 TV에서 얼굴 맞아 탱탱 붓고 피 흘리는 모습을 많이 봐서 썩 마음에는 와 닿지 않았지만 맷집이 좋으니 3대맞고 들어가서 한 대만 때려도 승산이 있다라고 허바허바 사진관에서 희망찬 말을 해줬었지요.

어찌어찌 해서 상주를 하게 되었는데 밤에 잠을 못잡니다. 낮에 사진을 찍은 원판필름을 어두운 암실에 들어가서 약품에 담그면 서서히 사람 모습 형태가 나타나면 야광으로 비추어 봐서 적당할 시기에 멈추는 약품에 옮깁니다.

그 다음 원판필름에 나타난 형태를 보면서 연필로 수정이란 것을 합니다. 점은 빼주고 없는 것은 채워주고 안 예쁜 것은 예쁘게 고쳐줍니다.

이것은 거꾸로 입니다. 사진 찍는 것도 사람이 거꾸로 보여서 어색하지만 원판필름도 흑백이라서 하얀 것은 검게 나오고 검은 것은 하얗게 나옵니다.

그것을 연필로 쓱쓱 칠하고 다듬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점”이 하얀색으로 나와 있으면 연필로 칠해서 검게 만들어줍니다. 입도 돌아가면 쓱쓱 그려서 바로 잡아줍니다. 흑백사진이라 유리한 점이 많지요.

이것을 다시 인화지에 옮기려면 빛이 들어가면 안 되니 다시 암실에 들어가서 작업합니다. 빛이 들어가면 새까맣게 되어서 난리 나지요. 원판필름위에 인화지를 놓고 백열등 빛을 발로 밟는 스위치를 밟고서 1초,2초,3초..이런 식으로 숫자를 셉니다.

적당한 시간을 쬐인 후 재빨리 인화약품에 담그면 사람이 모습이 귀신처럼 서서히 드러납니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이것을 다시 멈춤 약품에 빨리 넣어야 합니다. 늦으면 새까맣게 됩니다. 너무 빨리 넣어도 제 색상이 안 나오고 불투명 하얗게 보입니다. 또 백열등을 너무 많이 쐬여도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지금이야 휴대폰, 디지털 카메라가 워낙 발달되어서 중요한 절차가 아니겠지만 그래도 중요한 사진이나 기념적 사진을 원하면 사진관서 이런 절차의 사진이 필요합니다.

그나저나 이건 권투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사진관 일 돕고 청소하고 시장가서 반찬거리 사다가 때 맞춰 밥해야 하고 권투 연습은 시간상 제대로 할 수도 없는 일정입니다.

그래도 꿈을 위해서 다른 것은 참겠는데 잠이 부족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그만 두고 시골로 내려왔습니다.

아마 그때 계속 있었다면 사진기술 배워서 돈은 좀 되었을 것이고 권투도 좀 했으면 세계챔피언은 한번쯤 하지 않았을까 회상합니다.
화송 쪽지 2015-06-25 23:24
그러면 지금의 호롱불님은 못보았겠죠..
크게 섭섭 할뻔 했네요.
ㅋㅋㅋㅋㅋ

많이 고생 하셨네요.

처음 뜬 필림을 네가필림이라고 하던가요?
흑백 사진은 나름의 맛이 있는것 같습니다.
호롱불 쪽지 2015-06-25 23:27
화송 우와! 형님께서 네거티브(negative)필름을 아시네요!
ㅋㅋ 반대의 필름이리는 뜻이지요, 즉, 색과 밝기가 반대 ㅎㅎ ㅋㅋ 저도 전문용어는 지금 알았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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